잃은 것, 놓친 것, 지나간 것
허전하다. 가끔 마음이 허전해질 때가 있다. 흘러가버린 그 시절, 좋았던 그때가 생각나면. 불쌍한 그리스인들. 한 나라도 한 개인과 마찬가지로 생각할까? 지나가버린 날. 한 발 물러서야 되는 날 그런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돌아보게 되는, 지나가버린 날들. 추억은 아름답다는 말, 그건 추억이란 그 단어를 붙이려는 그 마음에 이미 아름답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 먼 먼 옛 추억. 이곳저곳 뒤져가며, 그리스 역사를 듶쳐본다. 내 알고 있었던 것은 그저 아테네 문명, 알렉산더 대왕에게 무너진, 또 로마에 점령당한 그 정도 뿐. 그들의 삶이란 그물로 훑으며 올라온 아름다운 날들은 아테네 이전뿐. 지나간 것들. 삶의 한 부분이었지만, 그냥 사라져버린 그런 날들. 손에 잡았었는데, 붙잡아두지 못한,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 놓친 것들. 생명의 가장 큰 신비는 늙어가고 사라지는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하긴, 젊음의 연속, 부딪치고 싸울 수 있는 힘이 오래오래 그대로 남아있다면, 이 세상이 그런 존재로 가득하다면? 아니, 그 전에, 놓치는 것 잃는 것 없는, 지나간 다음에야 현명해지지 않는, 그때그때가 완벽한 젊음으로 이 세상 가득하다면? 나라에도 이런 것이 통한다면? 한때의 강국이 영원히 강국으로 남아있다면? 생각. 생각이라는 것. 마음의 병, 그건 생각이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법. 그것도, 앞날에 대한 생각이 아니라 지난날에 대한 추억으로부터. 그리스인들, 마음의 병이 견딜 수 없이 괴로울 그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잃은 것, 놓친 것, 지나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