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붉은털이슬
뚝틀이
2012. 8. 1. 13:49
거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지리적 거리, 시간적 거리, 심리적 거리. 뚝계라는 우리 뚝틀이 계곡. 지리적으로는 제일 가까운 곳이지만, 한 번 다녀오려면 제법 시간을 써야하고, 그 불편함 때문에 심리적으로는 아주 멀게 느껴지는 곳. 그래도 이 폭염 속에 갈 만만한 곳이라곤 여기뿐. 별 기대없이 그냥 나선다. 그저 흔한 파리풀이 귀찮을 정도로 널려있을 뿐, 당연히 또 역시 아무 것도 없다. 있을리가 있나. 그늘 사이로 빛이 들어오며 갑자기 느낌이 이상해서 내려다 본다. 들여다본다. 렌즈를 대본다. 내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던 털이슬. 그 색감. 환희의 순간. 오늘 이런 소득이 생길 줄이야. 움직임. 이건 복권과도 같은 맥락이다. 귀찮다고 앉아만 있으면 무엇을 만날 확률은 수학적 제로. 그 가능성이 아무리 희박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찾아나선다면 그 확률은 비록 아무리 작더라도 제로가 아닌 어떤 크기. (오해 없기를... 전에 어떤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주최측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었는데, 상징적 비유일 뿐. 나 자신도 복권을 살래야 살 수도 없는 산골에서 살고있는데....) 붉은털이슬, 오늘의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