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막상 집 문을 나섰지만, 거의 걸음을 옮겨놓을 수도 없는 상태. 택시를 잡아타고 병직이가 입원해 있는 분당 차병원으로 향한다.
초반에 차들이 밀려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그래도 참을만한 상태. 막상 분당에 들어서니, 이 양반 운전이 험해진다. 차병원이 어디 있는지. 내비를 쓸 줄 모른다기에 내가 누르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고. 시골 노인 서울 와서 길 찾기가 따로 없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고 또 이쪽저쪽 엉뚱한 길로 들어가서 헤매고. 답답한 마음에 내 휴대폰으로 찾아보려 하지만, 내 오늘 알았다 나 역시 폰맹이라는 사실을..... 병실에 들어서니 가족은 없고... 병직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방문객들이 묻는다, 어떤 사이이냐고. 누워있는 환자보다 내가 더 걱정되는 모양이다. 이 친구 지금 마음이 어떨까. 평소 그렇게 자주 전화해 내 건강 조심하라고 그렇게 주의를 주더니만. 콧구멍 튜브로 약물을 넣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무너질 듯. 어렸을 때부터 같이 노래했던 이 친구. 한때는 거의 직업인과 같았던 우리. 무슨 말인가 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저 바람 빠지는 약한 소리뿐. 다시 노래할 수 있을까? 뇌졸중에서 회복 되었다는 사람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어도 내 주위에서 그런 사람 본 적은 없다. 기재는 식물인간으로 벌써 몇 해째. 腦卒中. 삶의 무대에서 퇴역하고, 남의 삶을 관람하는 자리로 물러나는 ‘덤 수명’에 다름 아니다. 주변 사람들 삶을 피폐화시키면서.... 그의 손을 잡고 온 힘을 다해 내 氣를 불어넣어 줘본다. 뭐라고 말하면서, “네~ 해야죠.”라고 말하는 간호사의 태도가 몹시 역겹다. 물론 친절하게 발음 연습을 시키려 친밀감을 나타내며 하는 반말이지만, 이거 원 ‘저능아’를 대하는 것도 아니고... 앞자리 환자를 대하는 딸의 태도 역시.... 돌아오는 택시 속에서 내 그동안 수없이 생각해 왔던 것을 되씹어본다. 내 언젠가 이렇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