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잃고서
오늘 운전면허 갱신하러 시험장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보니 옆에 놔두었던 안경이 사라졌네.
이런 낭패가. 신체검사라는 게 다른 일도 아니고 바로 시력검산데....
혹시 다른 곳에?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돌고 돌아도...
할 수 없지.
그냥 아무나 붙잡고 안경 잠깐 빌려달라고 사정 한 번 해봐?
하지만 그럴 만큼 마음 좋아 보이는 ‘아무나’는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고...
세상에... 이런, 세상에....
아무리 생각해봐도,
돋보기도 아닌 그 안경을 누가 잠깐 실례했을 리도 없고,
누가 나를 골탕 먹이려 그런 안경 감추기 장난을 칠 리도 없고,
그렇다고 또, 예전에 그냥 덤으로 받은 그 안경테를 누가 고급이라 착각했을 리는 더욱 만무하고...
혹 내가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것은 아닐까?
청소하는 분 어디 계시나 아무리 둘러봐도....
이런 참, 내 오늘 여기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할 수 없지. 마지막 남은 가능성, 담당자에게 사정 이야기 하고, 시력검사를 어떤 다른 방법으로라도....
창구에 다가가, 막 설명을 하려는데, 옆 사람과 이야기 나누던 그가 내미는 내 안경.
누가 분실물이라며 가져왔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이런 다행이...
잠깐, 고마움? 아니지, 원망.
옛날 옛적 전설의 그 요순시대에는 말이죠.
길거리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는 사람이 없었다죠. 왜냐고요?
그것을 잃은 사람이 분명 다시 찾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죠, 아마.
퍼뜩 드는 생각, 이런! 내 생각의 짧음.
참, 그 땐 안경이란 게 없었었었었었---지.
고로, 안경에 대해서는, 요순 운운하는 것, 전혀 옳지 않음, irrrrrrrrelev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