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맛있는 음식이 그립다.

뚝틀이 2015. 3. 18. 05:34

일생에 한 번 큰잔치를 이곳 마당에 아이들 불러 삼겹살 파티로 대신했다.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꺾지 못해 서울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지만,

앞으로 두고두고 내 마음에 앙금으로 남아있게 될 불상사였다.

차선책마저 포기한 이유는 이곳에 갈 곳이 없었다는 것.

인구 15만이나 되는 이 도시에서도 말이다.

‘별미’라도 즐기려면 원주까지 가야한다.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먹는 장면에 마음이 끌리고,

Kpop Star를 보면서도 맛있는 것 생각뿐이다.

케이티 김을 보면 그 옆 해변의 ‘진짜’ 클램차우더가 생각나고,

에스더 김을 보면 아침식사를 즐기곤 하던 그 옆 식당이 생각나고,

릴리 엠을 보면 한 달 넘게 매일 저녁 다른 집에서 식사했던 그 옆 도시 생각이 난다.


망설일 것 뭐 있나, 당장 서울로 가 순례에 나서고 싶지만,

혼자 들어갔다 당한 멋쩍은 경험들 그 기억에 아서라 하곤 한다.

전 세계 구석구석을 홀로 누볐지만 어느 곳에서도 당해본 적 없는 푸대접,

음식의 다양성과 서비스,  바로 이 쪽이우리나라가 가장 뒤떨어지지 않았을까?

내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면,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나의 첫 외국생활은 스위스에서의 두 달, 경치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이었다.

그 후에도 스위스에 갈 때마다 최우선 순위는 분위기와 맛 즐기기였다.

특히, 도시를 벗어나면 ‘아무 데’나 들어가도 맛에 취하곤 한다.

사실, 이 ‘시골 맛’은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불가리아도 마찬가지,

어쩌면 중앙집권적 역사가 일천한 민족들의 문화적 특성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것은 그리스 작은 도시들에서의 해산물 요리,

난 아마존강 바이칼 호수 몽골 또 포르투갈 오지 음식도 즐겼고,

남들이 거리를 두는 동남아 음식의 향신료도 좋아한다.


야생화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힘들었던 일은 '끼니' 걱정이었다.

무늬만 ‘별미’에 실망해 화가 치밀 때마다 떠오르곤 하던 생각,

천편일률적인 ‘그 집 또 그 집’을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려면 차라리 ‘가정식 백반’ 체인점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체인점은 품질 예측이라도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가, 안 된다는 이론만 듣곤 한다.


하긴, 이곳에서도, ‘깨인 사람’이 식당을 연다 해 잔뜩 기대에 부풀었지만,

검토 또 검토 끝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실망스럽게도, 또 하나의 토종닭 전문점.

관광객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차라리 돈까스 집이 더 낫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 바로 집 근처에서 제법 큰 규모로 공사 중인 돈까스 전문점,

차라리 케밥 집이었다면 그래도 ‘변화’였을 텐데, 아깝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정말 심각하게 생각한다.

같이 다닐 사람 하나 마련하든지, (이럴 땐 ㅋㅋ를 써야하나?)

아니면, 투박하고 다양한 음식 만나러 또 홀로 장기 유럽 여행에 나서던지.

하지만, 체인점들이 압도적으로 음식문화를 지배하는, 미국은 아니다.

‘Kitchen Nightmares’에서 Chef Ramsay가 내미는 ‘작품’들을 봐도,

그쪽 음식에서 '깊은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악몽같은 기억이 있다.

옐로우스톤으로 가는 길, 몬타나의 어느 식당,

요리가 너무 짜 돌려보냈더니, 다시 나온 음식 역시 완전히 소금 덩어리,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는 그곳,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백인,

황색인종을 내쫓기 위해 일부러 그랬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