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저랬다 어쩔 수 없이...
몸이 무거워 일어날 수가 없다.
창밖 온도계를 보니 그다지 춥지는 않은데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겨우 일어나 몇 걸음 옮겨보지만, 다시 앉기도 힘들다. 어지럽다. 열도 제법 나고....
다시 소파에.... 몸이 꺼지는 듯..... 눈을 떠보니 족히 두 시간 정도는 눈을 붙였던 것 같은데....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오늘도 나갈 것이냐고, 옆의 생활코디 담당, 오늘은 뚝뚝이를 데리고 나가라고...
오늘은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읍내에 가서 영양주사라도... 참 잘 생각했다는 이 분의 말씀.
눈발 날리는 비탈길, 더구나 산에서 내려가는 길은 위험. 사륜구동으로 전환하고 기어를 1단으로 놓고...
겨우 읍내에 도달하니, 이제야 추위가 느껴진다. 장날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기우, 내가 하루 잘못 알았던 것.
의원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데, 맞은편에서 내려오던 사람이 비켜준다. 내 지나간 후에도 정지 상태.
보이는 것은 여자 운동화. 내가 허리를 굽히고 난간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올라가니...
혹시 의원으로 가는 것이냐 묻는 그녀. 올려다보니 이곳 간호사.
지금 자기들 점심시간이니, 두 시에 오라고 한다.
어쩐다? 시간을 보낼 겸 슈퍼에 들어선다.
반갑게 맞는 주인. 오늘 자기와 점심 가지 않겠냐고.
손님 앞에서 며느리에게 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고 꾸중하는 이 양반,
방금 식사 후 오는 길이라 하자, 나보다 한 살 위 이 양반, 자기 말을 잘 안 듣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또 예의 건강강좌...
점심은 계란 네 개에 우유 한 통을 약이라 생각하고.... 이 앞집 음식은 형편 없으니, 저쪽 이발소 옆옆 집 그 집으로....
며느리가 걱정한다. 눈이 점점 더 오고 있다고... 내 난로에서 몸을 떼고 밖을 내다보니, 정말 그렇다.
이제 두 시까지, 그런 후에 주사를 맞는 시간을 합하면.....? 그 사이 계속 쌓이면?
다시 산길을 오르기 힘들 것 같다. 주사는 포기 그냥 집으로 가기로....
그래, 그깟 주사보다야, 안전이 더 우선이지. 더구나 오늘은 금요일에 13일이니...
그런데 어지럽다. 아니 몸이 그냥 무너져내린다. 힘들다. 무중력 상태, 심연으로 꺼지는 듯.
어제 호반도로에서 버스와 정면충돌 직전까지 갔던 것 역시, 근본적으로 내 이런 몸 상태 때문에.... 이건 아니다.
바로 이런 경우 또 비상시에 대비해 트렁크에 스노우체인도 사놓지 않았던가.
산 중턱 갈림길에서 다시 차를 돌린다.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내려, 읍내로 향한다.
의사가 묻는다. 오늘은 어떻게 왔냐고. 대답도 전에 그가 말을 잇는다. 얼굴이 아주 야위었다고...
.....
집에 돌아와서 눕는다.
정명훈 지휘 시향의 말러의 교향곡. 마약같은.... 수학같은....
학창시절, NHK 내한 공연에 갔다가, 일본 수준이 그렇게도 부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아직은... 보고 또 보고 했던 루체른 음악제에서의 아바도의 곡으로 바꾸어 틀어놓는다.
내 학창시절 '난생처음'으로 외국에서 두 달을 보냈던 취리히, 그때 기차로 달리곤 했던 루체른 음악제.
그 후 내 꿈은 음향시설을 갖춘 100평 음악감상실... 틈만 나면 오디오 장비를...
하지만, 이제 그 꿈은... ... .... 그냥 태블릿로 유튜브나.....
그건 그렇고 이젠 이 음질에 익숙해져서인지 ASUS 태블릿이 갤럭시 태블릿보다...
태블릿은 그렇다 치고, 갤럭시 폰은 왜 이렇게 빨리 닳는 거야. 아이폰 한 번 충전할 때, 갤럭시는 세 번 충전.
배터리가 낡아서 그런가 하고 새로 바꿨는데 역시 마찬가지. 혹 이 폰에 내 모르는 무슨 앱이 깔려 이렇게 전력소모가 큰 것일까.
그래도, 산에 갈 때는 '파워'가 강한 갤럭시를 들고 가곤....
그래, 힘들어도, 일어나, 산에? 아서라. 꿈에도...
내일은? 영하 -15도....
비몽사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