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은 잡초와의 전쟁이라고 하던가?
잡초. 내 사랑하는 화초 내 소중한 작물의 자리를 밀고들어오는 그들이 어찌 밉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른 봄부터 열심히 뽑았다. 정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손을 들었다. 그래. 그래. 여기가 본래 너희 땅 아니었나. 내 손을 들었다.
독재자가 힘을 잃자 이곳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민초 하나하나가 야생화란 이름으로 독재자의 마음을 다독거린다.
화해의 방문길. 참회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찾아 나선다.
장장 80분간. 하나하나의 이름을 부르며 3만mm를.
화초들 사이에 숨어있던 미키마우스가 '헬로~ 하와류 두잉?' 반갑게 맞는다. 허 이 활나물 녀석들 그래 그래. 반갑다.


그 뒤 구석에서 주인 몰래 숨 죽이고 꽃 피웠던 기린초도 한련초도 어느새 씨앗을 맺고 있다.




불쌍한 녀석들. 그 동안 마음 고생 얼마나 심했겠니. 그래 그래. 내년엔 이 자리 너희들 자리라 약속해주마.
'우리는요?' 속을 들여다보니 괭이풀과 쇠비름이다. 그래. 역시 반갑다.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지? 들여다봐도 모르는 얼굴이다.
아직도 생각하는 틀은 마찬가지. 이름 모르는 존재에겐 거부감부터 생긴다는 것.


그래. 우선은 너희들 이름부터 내 알아보마. 일단 그동안은 마음 편하게들 지내고 있으렴.
옆으로 눈을 돌리니 그야말로 잡초들의 세계다.
털별꽃아재비 고개 쭉 내민 옆에 닭의장풀과 털이슬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차풀과 까마중은 이제 결실을 맺을 준비에 한창이고,


인동덩굴도 뒤질세라 나도나도다.


까치깨와 물봉선은 수줍은 듯 멋적어하는데,


울긋불긋 여뀌는 그동안의 설움 한꺼번에 털어버리려는 듯 거침이 없다.


민들레는 봄부터 지금까지 꽃 피우고 씨 맺기에 열심이고, 왕고들빼기는 그 탐욕스런 덩치로 빈자리 차지하기 여념없다.


예쁘장한 무법자 그 새팥넝쿨에 걸리면, 그 기세등등하던 왕고들빼기도 달맞이꽃도 힘없이 꺾인다.


박주가리나 며느리밑씻개에 걸리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무리 야생화란 이름으로 마음을 돌리려해도, 잡초는 잡초. 사람 손 닫지 않는 곳 그곳은 쉽게 지옥으로 변한다.
무법자 환삼덩굴은 익모초 칭칭 감고 이제 개망초 쪽으로 향하고 있고, 이쯤 되면 여기가 아비규환 그 자체 아닌가.


어지러워지려는 여행자의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금빛 강아지들이 '이제 피곤한데 그만 돌아가시죠.'의 분위기를 풍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