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가족 18

뚝뚝이 가다.

15년 전 가을이었지. 이 솔숲에 집 지을 때 널 데리고 온 때가. 같은 배 다 팔리고 난 후 남은 너를 봉지에 싸들고 온 때가. 네 우직한 생김새에 사람들은 널 풍산개라고 하곤 했어, 산책 때 뚝디가 요리조리 요령 피울 때, 그때도 넌 묵묵히 내 뒤만 따르곤 했어, 처음에는 덩치도 작은 뚝디가 전입 순 권리로 네 요구르트를 뺏어가 즐길 때도 꼼짝 못하곤 하더니, 어느 때부턴가 완전히 딴 모습으로 변했지. 난폭, 그 자체. 네게 완전히 제압당해 비명을 내지르곤 하던 뚝디. 다음 해 새로 온 재롱둥이 뚝틀이, 이 녀석도 그저 네 밥이었지. 너희들 싸움 말리려다 엄마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었고. 네가 해치운 그 수많은 닭, 목줄이 풀렸다 하면 나서곤 한 이장 집 토종닭 사냥, 몇 차례에 합 스물여섯 마리,..

뚝 가족 2021.10.30

뚝디, 결국 떠나다.

아직 따듯한 기운을 가슴에 안겨주는 너를 안고 내려선다. 그렇게도 자그마하고 가벼울 거라 생각되던 네가 이렇게나 무거울 줄. 마음이 무거워서? 존재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랑 무엇인가. 널 위한 노랠, 널 위한 휘파람을 만들었지. 네게 불러주곤 했었지. 뚝뚝이에게 시범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팔짝팔짝 뛰던 네 모습, 그땐 넌 귀여움 그 자체였어. 하지만 그 후 몇 번이었나, 사라지려, 아주 아주 사라지려 했던 너. 서서히 아주 서서히 넌 슬픈 존재로 틀을 잡아갔어. 네 표정 네 움직임에선 언제나 슬픔이 묻어났어. 산다는 게 뭔지 말하려는 듯, 보여주려는 듯. 찬바람에도 빗속에서도 밖에 웅크리고 있기를 고집하던 너, 넌 마치 언제나 죽음이 어서 네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어. 언제나...

뚝 가족 201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