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꽃은 낯에 익은데...
그렇게 오랫동안 이름 찾아 헤맸는데,
이 털복숭이들이 바로 고개 숙인 개망초 꽃망울일 줄이야....
개망초 사진인줄 알고난 후에,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어이 없어서. 스스로 한심해서.
꽃만 보는 인생.
앞과 뒤, 위와 아래 없이, 그저 꽃만 보고 살아온 내 삶.
![]() 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쓰러지고 부러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굳건하게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그 강인한 생명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