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개망초 : 다른 모습

뚝틀이 2009. 1. 2. 11:50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데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꽃은 낯에 익은데...
그렇게 오랫동안 이름 찾아 헤맸는데,
이 털복숭이들이 바로 고개 숙인 개망초 꽃망울일 줄이야....
개망초 사진인줄 알고난 후에, 얼마나 혼자 웃었는지....
어이 없어서. 스스로 한심해서.
꽃만 보는 인생.
앞과 뒤, 위와 아래 없이, 그저 꽃만 보고 살아온 내 삶.

길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쓰러지고 부러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굳건하게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그 강인한 생명력.


'야생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솔새  (0) 2009.01.02
미꾸리낚시  (0) 2009.01.02
송이풀 색색 모음  (0) 2009.01.02
용담  (0) 2009.01.02
여로  (0) 2009.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