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그런 때 있는 법이라지만,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이고, 또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더구나 어제와 오늘, 사실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축령산과 천마산이지만, KBS 방송용이라는 '가식 잔치' 분위기가 더욱 싫어서....
오늘은 주말, 집 앞에는 벌써 관광버스 3대. 그냥 집에 있다간 열불나는 것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뚝틀이 데리고 산속으로...
솜나물. 난 원래 이 녀석이 무덤가 할미꽃 옆에서만 피는 줄 알았었는데, 어제 갔던 고명리 그쪽도 마찬가지, 산 아무 곳에서나...
코끼리 옆에 자리한 이 녀석, 앞으로의 운명이....
어디 코끼리 옆 다람쥐 신세만 있다던가. 다람쥐끼리의 그 세상에도 선점효과라는 것이...
동물이나 나무나 또 풀이나 새끼때는 귀엽기 한이 없는 법
사람 발길 닫는 곳, 인간이 파헤쳤던 곳에선 지금 양지꽃이 한창.
사초 그늘 벗어나 삶의 터전 마련하려면, 이렇게 옆으로 살짝....
사람 발길 닫지 않는 곳에도 제비꽃은 한창. 우리집에도 서울제비꽃, 이 산속에도 서울제비꽃.
하긴 엘리오솜 맛들인 개미들이 가는 곳 그곳이 바로 제비꽃 고향.
처녀치마. 그 추운 겨울도 진바지처럼 질기게 견딘 잎, 이제 봄기운 느끼며 화사한 꽃을 피우는 이 녀석.
요즘 제비꽃에 한참 정들어가는 단계. 여기에 둥근털제비꽃도...
개감수도 한 개체, 딱 한 개체.
이젠 뚝틀이도 주인 눈치 볼 나이가 되었는지, 충실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주변 경계. 하긴 바로 멧돼지 걱정 때문에 뚝틀이를....
이 녀석 헉헉거리며 갈증을 심하게 느끼는 것 같아 다시 계곡쪽으로 내려서는데 남산제비꽃 군락이....
이것이 바로 들꽃 사진 찍는 묘미.
사람들이 다녀 닦여진 길이 아니라, 숲속으로 들어서 바위를 넘으며 헉헉거리고 넘어지고 미끌어지고,
옷이야 더럽혀지건 말건, 땅바닥에 얼굴 착 붙이고.... 숨 죽이고.... 온 정성 다해....
흙냄새, 내 땀 냄새, .... 얼굴이 가시에 긁히고 찔리고...
계곡 옆엔 큰개별꽃이 한창. 개별꽃은 아직, 금괭이눈도 아직 눈을 뜨지 않았고... 며칠 후에 찍기로...
돌고 돌아 결국 폭포옆으로. 큰괭이밥이 이곳 저곳에.... 이 녀석들 워낙 그늘을 좋아하는데, 더구나 고개까지 푹 숙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