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 짓기 쉬는 날. 어제 그제 여기 와서 머물렀던 친구들도 다시 서울행. 날은 잔뜩 찌푸렸지만 그래도 뚝틀이랑 계곡으로. 수많은 야생화, 웬만한 꽃은 지나치고 카메라를 들이댄 꽃만 해도 20 종류. 대한민국 어느 개인 집에 우리집보다 야생화가 많을 수 있을까. 행복이란 찾다 보면 그다지 멀리 있지 않은 법. 내 생각이 날씨에 반영되었는지 어느 새 해도 쨍쨍. 뚝틀이 이 녀석 말 잘 듣는 척하다, 내 카메라 들이대고 있는 동안 이때다 하고 어디론가 가버리곤. 휘파람 불어야 다시 내 곁에. 그러다 저쪽에서 요란하게 짖는 소리. 이젠 소리만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듯. 이번 소리는 들짐승 나타났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좀 도와달라는 신호. 저쪽 험한 쪽으로 올라가보니 올무에 목이 걸려 발버둥. 힘을 주면 줄수록 목이 당겨지니 그냥 불안에 떨면서 나 오기만 기다리고. 가느다란 강철줄 조심스레 풀어주고. 마눌님 서울 가며 밥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간단히 요기하고 다시 계곡에. 뚝틀이 한 번 혼쭐난 경험이 생긴지라 이번엔 혼자 다니지 않고 내 곁에. 내 찍는 야생화 밟으며 지나다니면서. 흐뭇한 마음에 돌아와 샤워하면서 보니 내 손은 완전히 그을른 노동자 손. 그러나 저러나 이제 내일부터 다시 일 시작인데, 설계 세부 사항을 일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이해시킬 수 있도록 자세한 자료 준비 필요. 야생화 정리 작업 일단 무조건 중단하고, 다시 스트레스 긴장모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