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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의 ‘아Q정전’

뚝틀이 2015. 12. 14. 00:16

魯迅(1881-1936), 阿Q正傳 1921

 

 

 

제1장 서(序)

어디 출신인지, 어디서 오래 살았는지, 심지어 이름조차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의 전기입니다.

그래서 열전列傳, 자전自傳, 별전別傳, 가전家傳, 본전本傳 같은 거창한 이름 대신, 간단히,

Q라는 사람의 正傳’으로 제목을 정합니다.

 

 

제2장 승리의 기록

阿Q는 웨이쫭未莊에서 하루하루 품을 팔며 살아갑니다.

집도 없어, 어느 사당 안에 잠자리를 마련해놓은 신세입니다.

마을사람들은 일손이 필요할 때 골려 주고 싶을 때나 阿Q를 생각하지, 그의 존재여부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阿Q는 자존심이 아주 강합니다.

웬만한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기는, 학식도 높았고, 잘 살았고, 못 하는 게 없는 완벽한 인간이었답니다.

 

마을에 경사가 났습니다. 짜오댁 아들이 수재秀才가 되었습니다.

阿Q는 자기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인데도, 기분에 들떠 날뛰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곤욕’도 치릅니다.

 

阿Q가 노름판에서 돈을 잃자, 오른손을 들어 자기 뺨을 두세 차례 연거푸 힘껏 때립니다.

때린 것도 자신이요 맞은 것 역시 자신이었지만, 마치 남을 때린 것 같아 의기양양해 합니다.

패배를 승리로 돌리는 그의 비법입니다.

 

그의 머리 몇 군데가 부스럼 자국으로 벗겨져 ‘반짝’입니다.

누가 거기에 대해 농담이라도 할라 치면, 阿Q는 그에게 욕을 퍼부으며 덤벼들곤 합니다.

하지만 때리기는커녕 번번이 당하는 쪽은 阿Q, 그럴 때는 자신을 짐짓 벌레처럼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 버립니다.

그러면 상대는 ‘사람’이 아닌 ‘벌레’를 곯려 준 꼴이 됩니다. 이것이 그의 복수의 비법秘法입니다.

 

 

제3장 續 승리의 기록

어느 해 봄날, 阿Q가 거지를 봅니다.

담장 밑에서 벌거벗은 채 이를 잡고 있는 그의 옆에 阿Q가 가서 앉아,

자신의 다 떨어진 겹저고리를 벗어들고 이를 잡아보지만, 몇 마리 없습니다.

지기 싫어하는 阿Q는 이것조차 불만, 옷을 팽개치고 침을 탁 뱉으며, 쌍시옷을 입에 담습니다.

겁도 없이 왕털보에게 달라붙던 阿Q, 그에게 호되게 쥐어터집니다. 평생 가장 큰 굴욕 같이 느껴집니다.

 

멀리서, 치엔 영감의 큰아들이 걸어옵니다.

阿Q가 제일 미워하는 그, 도시에 있는 서양학교에 들어갔다 왔는데, 걸음걸이도 변하고 변발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통곡을 했고, 그의 부인은 세 번이나 우물에 뛰어들었습니다.

阿Q는 그를 볼 때마다 속으로 욕을 퍼부었습니다.

변발이 없으니 사람 노릇할 자격도 없으며, 그의 부인도, 네 번째는 우물에 뛰어들지 않았으니, 정숙한 여자라 할 수 없습니다.

 

속으로 화가 끓어 누구라도 붙들고 앙갚음을 해야 하던 참이라, 阿Q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 지릅니다.

   “중대가리, 나귀!”

그러자 이 중대가리가 阿Q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와, 지팡이로 그의 머리를 후려칩니다.

阿Q의 생애에 있어 두 번째로 큰 굴욕입니다.

 

阿Q가 주막 문턱에 당도하니, 정수암의 젊은 여승이 맞은편에서 걸어옵니다.

평소에도 여승을 보면 욕해댔는데, 하물며 굴욕을 당한 지금이야! 阿Q가 여승의 머리에 손을 얹습니다.

주막 안에 있던 사람들이 웃어 댑니다. 阿Q는 사람들이 자기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신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힘을 주어 꼬집어 버립니다. 여승이 울먹이며 욕을 합니다.

   “이 씨도 못 받을 阿Q 놈아!”

 

 

제4장 사랑의 비극

누군가가 말했습니다.

   ‘어떤 승리자는 적이 호랑이 같고 매 같기를 바라며, 반드시 그래야만 비로소 승리의 환희를 느낀다.

만약 적이 양이나 병아리 같다면, 그는 승리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싱겁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阿Q가 하늘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으로 돌아다니다, 사당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날 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이상합니다.

보통 때보다 매끄러운 것 같습니다.

젊은 여승 머리의 그 매끄러움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씨도 못 받을 阿Q 놈아!”

여승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阿Q는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 즉 자신에게 말을 거는 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나이 30에, 자기를 보고 웃지도 않았고, 수상한 말을 걸지도 않은 여승에게, ‘유혹’을 당하고 만 것입니다.

바로 이런 것이 여자가 나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 여자가 있어야 한다.

    자식이 없다면, 그건 사람으로 태어난 자의 가장 큰 비애다. 여자, 여자, 여자.....∙!’

 

阿Q가 짜오 영감 댁에서 방아를 찧습니다.

阿Q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부엌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우는데,

설거지를 끝낸 이 댁 하녀 우씨 아줌마가, 阿Q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마님이 이틀째 아무것도 드시지 않아. 영감님이 첩을 사 오신 뒤로는.....”

阿Q가 담뱃대를 팽개치고 벌떡 일어서더니, 우씨 아줌마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나하고 자자! 나하고 자자! 我和你困覺,我和你困覺!

우씨 아줌마가 ‘어머나!’하며 질겁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는데, 阿Q는 그대로 꿇어앉아 있습니다.

딱! 소리에 머리가 어찔해져, 돌아다보니, 수재秀才가 굵은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 서 있습니다.

   “이 못된 놈이 감히.....”

阿Q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밖으로 뛰어 달아납니다.

 

짜오씨 댁 하인이 찾아옵니다. 阿Q는 다섯 가지 항목에 서약해야 합니다.

- 내일, 붉은 초 한 쌍, 香 한 봉 가지고 짜오씨 댁에 가서 사죄해야 한다.

- 짜오씨 댁에서 무당을 불러, 목을 매어 죽게 하는 귀신을 쫓는 굿을 하는데 그 비용은 阿Q가 전담한다.

- 이후로 阿Q는 짜오씨 댁 문턱도 밟을 수 없다.

- 이후에 우씨 아줌마에게 다른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을 阿Q에게 묻는다.

- 阿Q는 품삯과 저고리를 찾아갈 수 없다.

 

 

제5장 생계문제

사죄절차를 끝낸 뒤, 阿Q는 예전처럼 거리를 쏘다닙니다.

마을 여자들은 阿Q를 보기만 해도 문 안으로 숨어 버립니다.

주막에서는 외상술을 주려 하지 않습니다. 일을 시켜주는 사람도 하나 없습니다.

 

짜오씨네서는 이제 샤오디小D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샤오디란 놈은 사실 몸집도 작고 힘이 없어,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는 작자입니다.

阿Q는 분통이 터집니다. 이런 놈 때문에 그래 내 밥줄이 끊기다니.

 

며칠 후, 길에서 샤오디를 만나자 다짜고짜 그에게 달려듭니다.

‘옛날’ 같으면 샤오디쯤이야 상대도 안 되었지만, 이제는 쫄딱 굶은 터라 힘이 달립니다.

阿Q의 손에 맥이 풀리자, 샤오디 손도 늦춰지며, 싸움이 무승부로 끝납니다.

그래도 阿Q에게는 여전히 삯일을 해 달라는 사람이 없습니다.

 

 

제6장 중흥에서 말로까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阿Q가 추석이 막 지난 무렵 웨이쫭에 다시 나타납니다.

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주막에 들어오더니, 허리춤에서 은전과 동전을 한 움큼 꺼내, 계산대 위에 뿌립니다.

그가 阿Q라는 사실에는 틀림없지만, 분명, 예전의 阿Q와는 좀 다른 모습입니다.

옛말에 있습니다. ‘선비란 사흘만 떨어져도 다시 크게 눈을 뜨고 봐야한다.’

점원도 주인도 손님도 그에게 존경의 태도를 표합니다.

 

阿Q에 대한 소식은 그 이튿날로 온 마을에 퍼집니다.

새 겹옷을 입은 阿Q의 성공담을 모두가 궁금해 합니다. 이제 阿Q는 존경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의 말로는 문 안 어느 거인擧人댁에서 일을 거들었다고 합니다.

사방 백리 모든 사람들이 그 거인을 압니다. 그 댁에 있었다면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阿Q는 그 거인영감이 실로 ‘개 같은 놈’이기 때문에 다시라곤 그 집의 일을 거들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阿Q가 한 마디 더합니다.

   “자네들, 사람 목 자르는 본 적이 있나? 허, 볼만해. 혁명당을 죽이는데.... 굉장하다고!”

阿Q가 느닷없이 왕털보의 뒷덜미를 내려치며, “싹둑!” 하고 큰 소리를 내자, 왕털보가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립니다.

 

阿Q의 명성은 안방에 있는 여자들한테까지 퍼집니다.

그에게서 비단치마를 샀다는 사람이 나오자, 여러 마님들한테서 부탁이 들어옵니다. 자기에게도 좀 달라고요.

阿Q가 ‘그 물건 값어치만큼’의 신뢰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가 입조심을 했더라면, 도둑질로 그 물건들을 손에 넣었다는 사실만 흘리지 않았다면, 좀 더 그 ‘권력’을 누렸을 것입니다.

 

 

제7장 혁명

커다란 배 한 척이 짜오씨 댁 나루터에 닿습니다. 혁명당 때문에 피난 온 거인영감의 배입니다.

그 소문에 온 마을이 술렁거립니다.

阿Q는 혁명당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반역자들이라고요.

또, 문 안에 갔을 때 그들이 참수당하는 것을 직접 보기도 하고, 그들을 막연히 증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이, 백 리 사방에 이름을 떨치는 거인영감까지 겁에 떨게 하다니!

 

阿Q가 꿈을 꿉니다.

짜오영감, 수재, 또 ‘가짜 양놈’이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애걸합니다.

이튿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거리로 나가 보니,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여전히 배도 고픕니다.

 

한편 짜오씨 댁의 수재는 여태껏 상대도 않던 ‘가짜 양놈’ 치엔의 집을 찾아가 ‘혁명동지’가 되기로 합니다.

정수암에 ‘황제 만세 만만세’라고 적힌 용패가 있다는 걸 생각해 내고 그리로 달려가 ‘혁명’을 합니다.

막아서는 늙은 여승에 만주정부와 한 패라며 몽둥이세례를 퍼붓습니다.

阿Q가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압니다. 그들을 괘씸하게 여깁니다.

   ‘나를 부르러 오지 않다니!’

 

 

제8장 혁명 금지

이제, 웨이쫭의 인심이 조금씩 진정되어 갑니다.

머리꼭대기에 변발을 틀어 얹은 사람이 점차 늘어 갑니다.

뒤통수를 훤하게 비운 채로 거리를 나다니면 사람들은 “와, 혁명당이 온다!” 소리칩니다.

阿Q도 그게 부러워, 대젓가락으로 변발을 머리 꼭대기에 틀어 얹지만 그를 눈여겨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혁명을 하려면 그저 변발만 틀어 얹는 것만으로는 안 되며, 일단 혁명당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阿Q도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짜 양놈’을 찾아가지만, ‘본전’도 못 건지고 쫓겨납니다.

거리로 나온 阿Q, 그의 속에서 서글픔이 솟아오릅니다.

이렇듯 진한 쓸쓸함을 맛본 적이 없습니다.

 

阿Q가 사당에 있는데, 밖이 소란해집니다.

阿Q가 살금살금 길모퉁이를 돌아가 가만히 살펴봅니다.

자세히 보니, 흰 투구에 흰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짜오씨 댁에서 궤짝과 가구를 메고 나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것도 몹시 불쾌합니다.

웨이쫭에 드디어 흰 투구에 흰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기를 부르러 오지 않았다. 좋은 물건을 들어냈는데도 내 몫은 없다.

 

 

제9장 대단원

그 나흘 뒤, 한밤중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阿Q가 끌려갑니다.

대청 앞에는 머리를 빡빡 민 늙은이가 앉아 있고, 그 아래에는 병정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또 양옆에는 또 두루마기를 걸친 사람들이 십여 명 서 있습니다.

   “사실대로 말해 봐. 나는 다 알고 있으니까. 바른 대로 말한다면 놓아 줄 수도 있어.”

   “저는 원래.... 혁명을 하려고....”

   “거짓말! 이제 와서 그렇게 말해도 늦었어. 네 패거리는 지금 어디 있지?”

   “네, 뭐라고요?”

   “그 날 밤, 짜오 씨네 집을 턴 패거리 말이야.”

   “그놈들은 저를 부르러 오지 않았습니다. 자기들끼리만 들고 가 버렸습니다요.”

   “어디로 갔지? 말하면 놓아주지.”

   “저는 모릅니다. 그놈들은 저를 부르러 오지 않았습니다.”

두루마기 입은 사람이 종이와 붓을 내밀자, 阿Q가 깜짝 놀랍니다. 그는 붓을 쥐어 본 일이 없습니다.

阿Q가 머뭇거리자, 그 사람이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가리키며 서명하라고 합니다.

글자를 모른다고 하니, 동그라미나 하나 그려 넣으랍니다.

阿Q는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직 동그라미를 ‘완벽하게’ 그리기, 그게 그의 관심사입니다.

阿Q가 생각합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 보면, 어떤 때는 끌려 나가기도 끌려 나오기도 하는 것이며, 동그라미를 그려야 할 때도 있는 것이려니 하고요.

 

다음날 그가 다시 대청 앞으로 끌려 나오고, 늙은이가 아주 부드럽게 말합니다.

   “할 말 없나?”

   “없습니다.”

사실 이 늙은이에게 있어서, 阿Q가 진짜 죄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한 사람을 죽여 백 사람에게 겁주는 게 목적일 뿐입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阿Q에게 까만 글씨가 씌어 있는 상복 같은 옷을 입히고, 그의 두 손을 등 뒤로 묶습니다.

阿Q가 포장이 없는 수레에 올려지고,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阿Q가 그제야 깨닫습니다. 이거 목 잘리러 가는 게 아닌가.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에서 윙윙 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목이 잘리는 수도 있으려니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따라오고 있습니다.

阿Q가 주위를 둘러보니, 뜻밖에도 구경꾼 속에 우 씨 아줌마가 있습니다.

이렇게 ‘멋없게’ 끌려가는 것이 부끄러워 노래를 불러봅니다.

하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는, 죄인들이 자신의 용맹을 자랑하며 세상을 비웃는 노래입니다.

 

阿Q가 형틀에 올라가자, 총소리가 나며 그가 고꾸라집니다.

혁명을 발가락만큼도 해보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가 총살당한 것은 그가 나쁘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나쁘지 않았다면 왜 총살을 당했겠느냐고.

단지, 다른 면에서, 사람들의 불만이 대단합니다.

참수되는 모습을 보기를 원했는데 총살은 너무 싱거웠다고요. 그들은 공연히 헛걸음만 쳤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millionbook.net/mj/l/luxun/lh/008.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