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밝다.
그런데 이상하다. 찌그러진 모양이.
어떻게 보면 보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보름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오늘 낮, 맹렬한 햇빛 속에서 정원 정리를 했다. 사실 윗집 청년이 다 하고 난 그저 어슬렁거리기만 하고.
그래도 끊어지는 것 같은 이 허리.
달이 밝다. 고아의 밤에 밖에 나와 쳐다보던 그 달이다. 그때도 보름이었던가?
'두 도시 이야기'에서 마네트 박사가 딸에게 들려주던 이야기. 바스티유 감옥에 갇혀, 창살에 갈라져 들어오는 달빛을 보며 생각하던 이야기.
아이가 태어났다면? 아들이라면? 내 복수는? 그런데 딸이라면? ...... 아빠, 그게 저예요. ..... 아빠, 그게 저예요.
'누런 벽지'에서 주인공이 달빛을 받으며 움직이는 벽지를 보며 읊조리는 이야기....
달. 달에는 이야기가 많다. 저 속 옥토끼가 지금의 나를 내려다본다면?
말 없이 돌아서서 눈물짓지 않을까? 그래서 옥토끼가 안 보이나?
오늘 낮 통화. 자기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그렇다면 시키는 것만 수행하는 사람?
유학시절 생각이 난다.
작업장에서 그들이 묻던 말. "세상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지?"
왜 생각한다는 것이 그렇게 받아들여지는지. 지금 난 이 '생각실험'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이 삶의 보람이요, 의미인데.
그제의 브레이크스루가 어제 깨지고, 또 어제의 브레이크스루가 오늘 깨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