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꿈, 집념, 집착

뚝틀이 2017. 10. 29. 04:30


달밤의 체조. 하늘을 올려다보다 깜짝 놀란다.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든다. 오리온 별자리가 내 앞에 떡 퍼티고 섰다. 아니 올려다봐야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앞에 바로 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원래 겨울 별자리인데 늦은 가을 밤 이 시간이라 바로 집 앞에 걸려있는 것이다. 오래 전 여기 왔던 어느 친구의 말, 하늘의 별을 보는데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던가. 이제야 내가 그 친구의 그때 정서연령에 도달했단 말인가. 가을하늘이란 낮에만 적용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밤이 되면 하늘이 더욱 깨끗해진다. 특히 하늘에 별이 꽉 찬 오늘, 삼태성이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몇 해 전 M42를 찍으려 추운 겨울 밤 벌벌 떨며 삼각대에 매달려 있던 그때 기억이 떠오른다. 이러다가 머리에 강한 한 방 맞는 것 아닌가하는 그런 공포에 시달리면서 집념에 매달렸던 그 때가. 강하게, 아주 강하게. 사실 요즘 같이 쌀쌀한 이곳 날씨엔 영어 표현이 더 실감난다. stroke. 어렸을 적, 별이 보일 때쯤 되면 북두칠성을 열심히 찾곤 했다. 그때야 지금과 비교할 수 없었으니, 그때 하늘은 아주 맑았고 별은 아주 또렷했고 그것을 올려다보는 내 마음은 아주 깨끗했다. 그때 꿈은 소박했다. 소시민. 그렇다 소시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선생님이 그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그래서 그것이 내 꿈이 되었다. 누구를 부러워하지 않는 나,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는 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나. 이 다음에 크면 그런 사람이 되겠다. 그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바로 내 꿈이었다. 그런 꿈을 가진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됐고 사실 난 그 속에서 사춘기 그런 것 없이도 잘 지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열등감이 찾아왔다. 남들보다 훨씬 늦게 맞은 늦사춘기. 자신의 외모부터 주위환경까지 어느 것 하나 남과 비교되지 않는 것이 없었고, 어떻게 생각해도 남들 비슷하게 살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 그것이 내겐 없었다. 선생님이 수우미양가 중에서 가운데 있는 미가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할 때, 미가 많은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지던 바보 같은 나. 소시민 역시 마찬가지. 수우를 넘보지 말고 그저 양가만 면하면 그것이 다행인 삶 그런 삶, 그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저 꿈으로 꿈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개념이었다. 절망, 나의 삶 내 앞에 그려지는 삶은 절망 바로 그 자체였다. 군을 마치고 대학생활을 계속하던 그때도 속리산을 찾곤 했다. 산이 좋아서가 아니라 속세를 멀리하는 곳이라는 그 산 이름이 좋아서, 그냥 무작정 그곳으로 숨어들곤 했다. 그러다 가다듬게 된 마음. 꿈이라는 것은 존재의 이유. 내겐 꿈이 없어 내게서 꿈은 사라졌어 하는 그 순간 나의 존재가치 역시 사라져버린다는 것.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 비록 보잘 것 없는 소시민이라는 꿈이지만 일종의 집념이라고나 할까 정의하기도 힘든 모습 구체적으로 그것을 향한 목표도 이정표도 세울 수 없는 그 막연한 개념인 꿈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아니 집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복권철학이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다. 맞을 확률은 거의 제로지만, 그렇다고 포기하면 그 확률은 완전 제로가 된다는 것. 그래서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며 멀리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기. 말하자면 축구장 인생. 누구나 골을 넣기를 원하지만 또 어떻게든 그 골을 넣는다는 꿈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방해하는 것이 목표인 다른 팀이 있고, 또 같은 편이라도 또 우리 편은 서로 한 팀이 되어야한다는 당위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선수 각자에게는 자존심도 있고 속생각도 있고, 그런 모든 것이 어울려 돌아가는 축구. 그런데 바로 그 어려운 것이 정상이기에 생각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이 정상인 게임이기에 축구라는 삶이 재미있는 것 아닌가. 어쨌든 젊은 시절 난 고생을 즐겼다. 직장생활 때는 오히려 그런 어려움들이 끊임없이 닥쳐오는 것을 사랑으로 맞았다. 마치 그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는 투사처럼. 이제 그 모든 것이 끝났다. 축구장을 떠난 삶. 그런데 이 무슨 일인가. 마음은 항상 그 축구속에 있다. 환희의 순간 그 기억은 다 사라지고 아니 사실은 그저 행운에 지나지 않았을 뿐인데 마치 나의 노력과 실력으로 얻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 생각되어 다시 곰씹을 가치도 없는 그런 것들로 여겨지고, 오직 실수 아쉬움 안타까움 그런 것들만이 오늘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 과거의 축구인데 말이다. 내일 아니 어쩌면 오늘 밤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삶의 단계에서 아직도 무엇인가를 원하고 있는 나. 이런 것을 집착이라고 하는 것일까. 내 어렸을 때 꿈꾸던 바로 그 소시민의 삶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도 어렸을 적에 별을 올려다보곤 하던 그 하늘보다 더 공기 맑은 이곳에서 살면서도 말이다. 老醜. 이제 집착을 떨쳐버려야 한다.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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