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이란 종교와 아랍문화에 대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우리의 환경에서 꾸란(코란)은 저 먼 세계의 그 무엇에 지나지 않는 ‘이상한’ 책일 뿐이다. 사실 아랍인의 역사와 문화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도 깐수라 불리던 정수일 박사의 저서 ‘이슬람 문명 산책’뿐이었고, 그 나머지는 그저 역사책이나 철학사에 나오는 단편적 지식뿐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 하랴. 그런 상태에서 이 책을 손에 잡았다. ‘꾸란의 지혜’. 포교의 목적? 무슨 상관인가. 그냥 상식의 차원에서 한 번 알고나 넘어가지. 그런데 책 뒷장에 나온 저자 유지산의 약력이 눈에 띈다. 원광대를 졸업했고, 불교사상 편집 주간 역임했으며, 해탈이니 선이니 하는 불교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것뿐. 오잉?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을 해봐도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제삼자의 시각에서 쓴 코란 안내서?
맞다. 그렇다. 이슬람교와 상관없는 옆 사람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사막이란 어떤 환경인지, 그 환경에서의 생활은 어떤 것인지,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들의 사고방식은 어떤지, 이런 이야기로 사람들 빨아들이며, 무함마드 등장 당시의 아랍세계와 그 때 그 사람들의 신에 대한 이해란 어떤 것이었는지 책의 1/3정도에 걸쳐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간다. 그런 배경지식을 제법 상세하게 마련해준 후에 꾸란 속의 주요사상인 유일신, 종말과 내세, 성전(지하드)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이어 언행록(하디스), 신비주의, 복종의 의미, 이교도와의 교류 및 항쟁에 대한 설명을 한 후, 요즘 사회의 관심의 대상인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교리 비교로 책을 마무리한다.
다행이다. 이런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어려운 교리로 너무 깊게 들어감이 없이, 또 때로는 아랍인들을 폄하하는 것 같은 표현을 섞는 것까지 마다 않고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며 설명을 이어나가는 저자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솔직히, 저자의 백그라운드에 가끔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혹 다른 책들에서 뭉치뭉치 집어 옮겨와 번역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런 것은 이차적인 문제. 멀게만 느껴지던 ‘저 세상’의 존재를 더 가까이 느끼게 만들어준 이 책이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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