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Mitch Albom의 ‘Tuesdays with Morrie’

뚝틀이 2009. 3. 11. 18:11

Dying man talks to living man, tells him what he should know.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교수가 화요일마다 찾아오는 그의 옛 제자에게 들려주는 삶에 대한 이야기. 죽어가는 그가 병석에서 세 차례나 Nightline 전파를 타고, 또 그의 사후 Oprah Winfrey가 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한 후, 4년 가까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그 요란떨기에 거리감을 느껴, 지금까지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삐뚤어진 선입관 때문일까? 재학 중 그렇게까지 가까이 했었고, 졸업한 후에도 자주 연락하자는 약속을 완전히 잊고 지내다가, Nightline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디트로이트에 직장을 가진 저널리스트 Albom이 석 달을 넘게 보스턴을 오가며 이런 화요 만남의 형식으로 그와의 대화를 녹음했다는 이 모든 것이, 얼마 전 그 마지막 강의의 Randy Pausch교수 얼굴이 자꾸 겹쳐지면서 너무나 상업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 아무렴 어쩌랴. 죽어가는 사람에게선 언제나 짙은 진실이 묻어나오는 법. 더구나 ‘ALS is like a lit candle : it melts nerves and leaves body a pile wax.’라는 저자의 말처럼 보통의 암으로 맞는 시한부 인생과는 그 근본적 성격을 달리하는 루게릭병으로 사라져가는 사회학 교수의 이야기 아닌가.

 

그동안 나 자신 스스로도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많이 생각해 왔던가. 이제 충분히 살 만큼 살았고 또 부끄러움 없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삶이 아니었나. 더 이상 어떤 형태의 욕심에도 얽히기 싫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지금의 이 생활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모리의 이야기 곳곳에서 ‘그래. 그래. 맞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하는지, 나이가 드는 것 또 죽음이 무엇인지, 욕심과 사랑 또 회한 이런 것들이 결국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승과 제자의 대화는 어디선가 이미 읽은 적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의 ‘가벼운 터치’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묵직한 철학적 내용을 담은 책들이야 다른 곳에 수없이 많지 않던가. 여기서는 그저 이런 정도로 족하다.

 

책의 구성에서 마음에 좀 걸리는 점이 두 가지 있었다. 우선, 아무리 저자의 말대로 스승과의 약속에 의해 프로젝트 형식으로 그 대화를 이어나갔다고 하지만, 그 설정이 너무나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또 당시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O. J. Simpson 이야기가 (물론 그것을 이 죽음의 장면과 대비시키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무 자주 나온다는 그런 점이. 매스컴에 들먹여지는 책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느끼곤 하는 것이지만, 이 정도 깊이의 책이 그렇게 요란한 주목을 받는 미국이란 사회. 언제까지 우리가 그들을 따라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