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전원생활 처음 시작하며 제일 힘들었던 것이 집 주위의 잡초 뽑기. 그중에도 우선적으로 '징그럽게 지저분한' 엉겅퀴 제거.
그렇게 뽑고 또 뽑아도 눈에 띄지 않게 용케 살아남는 녀석들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나의 눈을 끌었다.
바로 5월 19일에 찍은 이 사진.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식물이 이렇게 괴물같을 꽃을 맺을 수가 있을까 그냥 기록으로 남겨두려는 마음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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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다. 그냥 그랬었다.
그런데 한 석달 정도 지나서, 함백산의 하늘공원이라는 야생화 밭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것이 바로 산비장이. 신비하도록 아름다운 그 어지러움을 그냥 사진에 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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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옆 모습을 보니 어딘가 낯이 좀 익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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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렇게도 우리 집에서 쫓아버리려 애썼던 엉겅퀴 아닌가.
헤어스타일에 홀딱했다 그 밑에 얼굴보고 놀란 격이라고나 할까?
근처에 있던 고려엉겅퀴를 만났다. 엉겅퀴에 고려라. 헤어스타일을 보면서 의아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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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 금수산 봉우리에 올랐다. 사람들 왕래가 잦은 신선봉이 아니라, 이름 없는, 그렇지만 아주 높은 봉우리에.
거기에서 신비스러운 존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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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이냐 궁금해진다. 조금 더 올라가니 막 꽃피는 녀석이 있다.
바로 삽주라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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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세상에 이럴 수가.
다음 날 부랴부랴 마을 앞 밭 사이를 찾아본다. 봄에 내 뽑아버린 그 엉겅퀴 친구들이 어디 혹시 있지 않을까.
있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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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반가울 수가. 반가워?
머리 밑으로 또 그 밑 몸체로 눈이 간다. 지느러미 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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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그 지긋지긋하던 기억이 다시 살아난다.
소백산 그늘진 곳에서 가볍게 미소 지으며 나를 맞아주던 정영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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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줄기 모양이 이 정도는 되어야 점잖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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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8/29
사람을 부분만 사랑할 수 없듯이, 꽃 사랑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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