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결국 손톱이

뚝틀이 2010. 3. 22. 10:49

지난 번 수리산에서 넘어진 것. 휴대전화 유리판은 그날 부서지고, 몸에 멍든 것은 괜찮다 생각했는데 결국 손톱 이 녀석은...

그래도 카메라 조작엔 아무 지장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욕심이란 무엇인가.

직업생활에 이런 욕심을 부린다면 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취미생활에 이런 의욕은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긍정적.

자기합리화?

 

그런 면도 없지는 않지. 주변 산을 산보하다 우연히 눈에 띄는 꽃이나 찍곤한다면 그것은 부담없는 취미생활이겠지만,

마치 넝마주이로 생업을 유지하는 사람처럼 무엇인가 줍지 못하고 지나는 날이 크게 불만스럽게 느껴진다면 이것은 분명 과욕.

하지만, 요즘 관심은 야생화 그 자체라기보다는 카메라라는 장난감으로 '예술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려는 그런 쪽으로 이미 기울어,

화면 구도, 배경처리, 측광, 화면 밝기, 초점심도 맞추기 그런 관점에서의 '조작 실험'에 푹 빠진 상태.

 

화분이나 정원의 꽃이라면 몰라도, 자연상태 특히 주변이 그때그때 완전히 다른 그런 상태에서 무엇인가 건져낸다는 것은,

아니 건지려 노력하는 것은, 이 지저분한 세상에서 지극히 아름다운 그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 몇 배의 기쁨.

삶의 보람 그것을 찾고, 삶의 의미 그것을 재발견하는 그런 차원이라고나 할까?

 

내가 바라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주어지는' 환경,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는 날씨,

그 바람과 햇볕을 최대한 역이용하며 내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직업생활에서의 누구와의 비교라는 상대가치 지향적인 그것과는 전혀 다른 절대가치 지향적인 나 자신과의 씨름.

 

그래서 지금 내 야생화 사냥에 더욱 더 애착이 가는 것이고.

 

거기에다 만만치 않은 부대효과.

전국 어디라도 멀다 느껴지지 않고, 고속도로가 아니라 지방도, 큰 길이 아니라 작은 길, 길이 아니라 그냥 산비탈, 그런 것이 더 좋아지고,

산뜻하게 정리된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가. 숲 향기뿐 아니라 흙냄새에서 더 아늑함을 느끼고,

남의 생각 나의 견해 이런 것이 교차하는 책 읽기 무엇 쓰기와는 전혀 다른 꽃과의 대화 풀잎과의 대화 시냇물과의 교감.

 

또 그 무엇보다도, 하루 종일 헤매고도 아무 것도 얻지 못해도 낙담은커녕 오히려 마음 한 구석 어딘가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이 방랑.

어쩌면 그것이 살아가는 진정한 모습 아니던가.

이제 곧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그 무엇 따질 것 없이 그냥 자연과 더 가까와지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과욕?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마음 전혀 없지만, 그래도 이 과욕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 것이....  

손톱 몇 개 상하고, 몸 몇 군데 멍들고 까진다고 해서.... 

축구하면서도 좋아했는데, 남들과 부딪치면서도 살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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