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벌, 따벌, 재벌

뚝틀이 2010. 6. 29. 17:32

말벌의 집중공격을 받고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삐~빠 삐~빠 했던 작년. 그 사건과 직접 연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때도 칡 제거 작업에 정신없었고...... 며칠 땅이 촉촉이 젖었다 했더니 정신없이 자라나는 칡넝쿨. 이제 애기 소나무건 무슨 나무건 이 녀석에게 덮이면 고스란히 질식사. 그냥 보고 있을 수야 없지. 전지 가위 들고 정리 작업 시작. 칡. 그 놀라운 생명력. 땅속에 그 뿌리 뻗은 것 마치 서울 지하철 뻗어가듯. 작년에 그렇게 열심히 잘라냈는데, 그 잘라낸 곳마다 작게는 대여섯 많게는 열둘 열셋 잔 줄기 새로 나와 사방으로, 사방으로.... 하긴 여기 이사 오면서부터 매년 이 작업이니... 본격적으로 장비 동원하여 뿌리를 캐내면 모를까 그냥 매년 같은 작업. 칡넝쿨에 깔려있는 녀석들 고스란히 질식사되지 않도록 그 줄기 걷어내는 것이 고작.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 소나무 뽕나무 온갖 종류 나무들 이젠 제법 제 모습 갖춰가고 있지 않은가. 칡, 숲속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이렇게 인간이 파괴한 곳에 자리잡는 녀석들. 여기 이 녀석들도 아마 이곳 도로가 뚫리며 맨땅이 드러난 그때부터 여기에 자리 잡은 듯. 숲 산보 길에 들어서기 전 길 옆, 아니 눈에 보이는 넓은 지역 다 이 녀석들과 환삼덩굴 차지. 어떻게 보면 자연을 구하는 구급대원들이라고나 할까. 맨땅 들어난 곳 비에 휩쓸려가지 않게 그 흙을 붙잡아 두라는 특명을 받고 나타나는 구급대원들. 마치 일제에 또 한국전쟁 때 파괴된 한국경제를 살리는 '고귀한 역할'을 만들었던 그 '애기 재벌들'처럼. 하지만, 한 번 이 녀석들 자리 잡으면 다른 '기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문어발처럼 다 덮어버리니 빛을 받을 수 있나, 또 무엇이나 타고 오르니 웬만한 힘이 아니면 그 무게에 견딜 수도 없고. 오늘도 확인한 것이지만, 이 녀석들 또 환삼덩굴 걷어낸 자리는 냄새조차 역겨운 시커멓게 썩은 땅 그것뿐. 어쨌든 이제 해마다 반복되는 이 작업 이젠 '숙달된 조교'의 경지의 솜씨로 착착 제거해나가는데 갑자기 '악!~ 아!" 갑자기 심장이 멎는 느낌이다. 이마도 뜨거워지고 땀이 주루룩. 또 당했구나. 작년 그 말벌보다 훨씬 더한 느낌. 따벌. 재작년 작업 때 그 따벌! 문어발 재벌 칡넝쿨 어딘가 땅 가까이에 집 짓고 사는 땅벌. 왜 나를 못살게 구느냐 그것이겠지. 미안타. 너희를 건드리려했던 게 아니고 문어발 재벌 손 좀 보려했던 것인데. 그런 것 알 바 아니고, 우리 사는 곳 건드리니 그렇지. 하기야, 이 녀석들, 자기들 터전이 어디 있는지 알 바 아니고, 건드리면 없어 이 생각 이 본능뿐일 테니. 하긴 재벌의 로비능력 공격능력이 어디서 나오는가. 자기들 직접 나서지 않아도 빌붙어 사는 수많은 '그것'들이 다 알아서 나서지 않던가. 뚝디가 앞장서고 집으로 돌아온다. 빨리 빨리. 허~. 우리 집이 이렇게 크던가. 약통 툴툴 털어 비상약 바르고 먹고..... 사나이 한 번 뽑은 칼 그대로 넣을 수야 없지 않은가. 공정거래위원회 나서듯 다시 작업 현장으로. 이번엔 조심조심. 그냥 칡뿌리 있는 곳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넝쿨 잡아 툴툴 털어가며 혹 있을지 모를 벌에 조심 조심해가면서. 잡았다. 찾았다. 아주 큰 뿌리를. 큰 '건' 하나 찾아낸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쑤욱 쑥 그 뿌리 잘라내는데, 또 '아~악!' 이번엔 현기증까지. 허 이 녀석들. 하기야 소가죽도 뚫고 들어가는 그 힘이니, 내 이런 얇은 옷쯤이야. 포기. 내 무슨 모히칸 족도 아니고, 특공대도 아니고. 그만. 칡 저 녀석들 자라려면 자라라지. 적어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 그것이 땅을 쓸어내려가는 그것은 막을 것 아닌가. 재벌이면 어떻고 중소기업이면 어떤가. 나라가 쓸려내려 가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무엇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것 다 내 편한 생각아닐까. 더 바람직하고 덜 바람직하고 이것이 바른 생각방법이고. 아 불쌍한 내 신세여. 보이지도 않는 것에 쏘여 이런 한심한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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