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의 증명'

뚝틀이 2011. 3. 22. 17:42

엘리베이터에서 푹 쓰러지는 흑인. 가슴에 꽂혀있는 칼. 동경에서의 살인사건. 단서는 오리무중. 담당형사의 어린 시절 추억. 승전 미군들의 여성추행 현장에 개입했다 구타와 모멸을 당한 며칠 후 세상을 뜬 아버지. 자녀와의 대화로 유명세를 탄 행복전도사. 묵계아래 연기의 대가로 풍족한 생활에 방탕을 일삼는 아들. 교통치사 은폐. 치료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부인을 유흥업소에 보내는 남편. 부인의 불륜과 실종. 수사 중 드러나는 스트로하와 키스미라는 수수께끼 같은 단어. 책 중반쯤에 이르면 어느 정도 짐작케 되는 사건의 윤곽.

 

하나의 살인사건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무대를 오가는 이야기로 소설을 쓰며 '틈날 때마다' 드러내는 작가의 미국문화에 대한 경멸감과 일본문화에 대한 자부심. 사실, 작가 森村誠一(1933- )의 개인적 견해라기보다는 우리가 접하는 일본인들로부터 오늘 날에도 쉬 발견할 수 있는 일본인들의 보편적 인식. 일본 사회 엘리트층의 위선.

 

작품 자체는 성급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고 아주 차분한 흐름. 마치 무슨 영화에서처럼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는 사실. '등장인물 모두'가 소설 초반 한 날 한 장소 그 장면에 있었던 사람들. 하지만, 너무 작위적이란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하나의 위트처럼 귀엽게 받아들여지는 느낌. 그만큼 스토리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아서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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