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가다 TV를 안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나는 가수다’ 이젠 무관심하다고 피해갈 수 있는 프로가 아니다. 오늘 탈락자가 생긴다고. TV 가이드를 보니 5시20분에 시작이란다. 정시에 TV on. 가수들의 긴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건 연기가 아니다. 아니 연기다. 사실은 훨씬 더 긴장했을 텐데. 훨씬 더. 소리 지르고 싶을 것이다. 울고 싶을 것이다. 나 이제 그만 할래 외치고 싶을 것이다. 더구나 지난 번 성적이라는 것이 베이스에 깔려있으니. 사실 이런 것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아니 질 수야 없지. 첫 번째 무대 이소라. 남이 얼마나 흥분하건 말건 그냥 자기 소리다. 송창식도 전율을 느낄 차분한 목소리. 어느 누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 가장 작은 소리가 가장 힘 있는 소리라고. 두 번째는 BMK 이선희의 노래를 부른다. 체구의 관점에선 가장 반대편의 극에 놓일 두 사람. 몸통 역시 악기던가. 역시 힘. 재즈 몸동작. 관객을 끄는 테그닉. 세 번째는 윤도현. 참 안 됐다. 감기. 몸살. 공연대기 중 병원으로 달려가 링거주사를 맞아야할 정도의 악 컨디션. 하지만, 프로란 무엇인가. 중요한 순간 중요한 그 시점을 대비하여 자신의 몸을 가꿀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꼭 프로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내일 중요한 일이 있다고 오늘 밤 잠을 이룰 수 없다면 그건 성숙치 못한 사람. 인간적으로 참 안 되었지만, 그래도 어쩐지 윤도현이 오늘의 탈락자일 것 같은 느낌. 네 번째 무대는 김연우. 예술. 이 가수 내 잘 모르지만, 이 사람 예술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 그 다음은 김범수. 이 가수 역시 내 잘 모르지만, 표정이랑 말하는 것 보면 착하기 그지없는 사람, 그 자체, 그런 느낌이다. 직구로 승부키로 결정했다고. 직구? 맞다. 맞는 말이다. 원곡의 키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성부분도 진성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이것이 바로 승부사의 용기 아니던가. 하지만, 듣기가 그다지 편치 않다. 중간 중간에 비쳐주는 다른 가수들의 모습. 경쟁자의 노래에 대한 반응. 경쟁자? 사실 경쟁자라기보다는 선택된 사람들의 사교무대. 더구나 개개 가수들의 스타일 모두 다 각각 아니던가. 여기에 무슨 경쟁. 하지만, 세상일 언제나 그렇듯이 순위는 순위다. 도토리 키재기가 아니라 야구 농구 축구 선수 다 섞어놓고, 제일 '인기 없는' 사람을 골라내기.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반론 그런 것 전혀 의미없다. 이 세상 어떤 일에 논리를 들이대겠는가. 어느 선수가 긴장하지 않겠는가. 윤도현 김범수가 내 불안하게 느끼는 가수라 하지만, 그것 역시 내 특수한 취향 특수한 성격으로 일반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 또한 ‘웃기는’ 일 아닌가. 여섯 번째는 박정현. 말하는 것이 참 착해 보이는 가수다. 실제로도 착할 것 같다. 전번에 1위를 한 가수란다. 그래서 큰 부담감 없이 실험적 분위기 한 번 연출해 보련다고. 실험적? 어쩌면 오만의 다른 표현일 수도. 서정적이지만은 않다. 파워도 넘친다. 노래 평가에 표정도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참 진지한 표정이다. 이것이 오만이란 뉘앙스와 겹쳐 평가될 때는? 이제 나머지, 마지막 순번은 임재범. 사실 난 윤도현 빼놓고는 다른 어느 가수도 몰랐다. 윤도현도 월드컵 뭐 그런 것 통해서나 겨우 이름이나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난 번 했다는 임재범의 공연 모습을 유튜브로 보면서 울었다. 정말 눈물이 주루르르..... 오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번 빈잔 못지 않은 진한 감동.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내가 부끄럽다. ‘나는 oo다.’ 누구나 자기 분야가 있다. 그 분야에서 나는 oo다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이들 각각 자기 장르에서 당연히 1인자들임에는 틀림이 없을 테고. 그래도 1위를 '내 나름대로' 고르자면? 글쎄...김연우? 임재범?
(追) 발표가 나왔다. 내가 1위라고 생각했던 김연우가 합산 7위로 탈락. 가장 음악성이 뛰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임재범이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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