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뚝틀이 2011. 6. 1. 10:26

이제 기상청의 일기중계 수준도 제법. 예보가 빗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실력 탓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중계야.... 비가 온다. 제법 비다운 비가. 또 차들을 차고 밖으로 꺼내 세차. 먼지가 없는 이곳, 차가 항상 깨끗할 것 같지만, 천만에. 송화가루 덮인 벤치, 테이블, 차, 끔찍한 모양이다. 자연의 신비 중 하나가 바로 비, 또 눈. 비가 없는 세상은 어떨까. 사막. 멀리 있는 바다의 그 물 무슨 소용이겠는가. 자연의 또 하나의 신비는 소금물. 어렸을 적 바다에서 물놀이하다 바닷물을 들이켰을 때 몸의 반응. 지구의 물이 썩지 않도록 소금을 섞어 넣은 것. 신앙이 아닌 창조주에 대한 경외. 바로 이런 것 아닐까. 합리성. 또 눈은 어떻고. 겨울비. 살을 에는 듯 그 겨울비의 추억들. 오늘이 수요일인데, 이제 며칠 지난 토요일에 결혼식인데, 신랑신부 전화 한 통 없다. 이거 뭔 주례가 이런지. 지난번에 식 전에 신랑신부 한 번 찾아와야하는 것 아니냐 이야기했다가, 퍼떡 든 생각. 이 사람 혹시 나에게 무엇 좀 들고 와야 하는 것 아니냐 뭐 이런 것으로 받아들인 느낌. 이번 건도 마찬가지. 뭐 꼭 그렇게 해야 하나 하는 투의 반응이 나오는 것에 얼마나 놀랐던지. 할 수 없이 그러려는 것 막으려, 나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는 그런 것 막으려, 적당한 핑계대고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제자들, 또 서울에서의 지인 관련 주례 때는 이렇지 않았었는데. 개념의 차이. '도시 아이'들은 자신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사람과 그 축하의 말 거기에 큰 가치를 두는 반면, '시골 노인'들은 그저 자기 집 잔치 사회 볼 사람 한 명 마련했다 그 정도의 의미? 예절의 형태가 이렇게 반전되어 나타나는 것, 이것 역시 개념의 차이? '이런 것'에 왜 '휘말려들어야' 하는지....하지만,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의 주례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지난 번 예식장 도착해서 주차할 곳조차 찾지 못해 헤매던 그 경험. 이제 이번 토요일에도 또 반복 될 것이 빤하고... 아무렴 어떤가. 비가 온다. 시원하게 온다. 번개도 시원하고 천둥소린 더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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