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미친 하루

뚝틀이 2011. 5. 24. 22:49

밤새 악몽. 장면 중 하나. 천둥번개 한 번. 그 정도야 할 정도가 아닌 아주 센 하나. 곧 이어 집이 우르릉 흔들리며 앉아있는 바닥에 충격이 올 정도로 강한 진동이 여러 번 계속되는가 싶더니 요란한 번쩍번쩍 쉬지 않고 번개. 이 정도라면 집도 무너지고 천지가 무너질 것 같다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귀를 막고.... 하지만, 오래 기다려도 소리가 없고..... 이상하네. 번개는 바로 우리 집 위에서 치는 것 같았는데... 생각하다 잠이 깸. 논리적으로 여러 부분이 맞지 않는다 생각하다 다시 잠이 들고. 일어나 보니 5시 반. 오늘 금대봉 예약한 날. 대충 아침 챙겨먹고 출발. 일찍 가서 이슬 맺힌 꽃 사진 찍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멋. 하지만, 무릎 상태는 아직.... 걷기도 힘든 상황. 이래도 산행이 가능할까? 운전 시작 30분도 되지 않아 쏟아지는 졸음. 이럴 수야 없지. 자동차전용도로를 벗어나 마을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세우고, 의자를 편하게.... 요즘 들어 새로 생긴 습관. 푹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산뜻. 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침에 먹은 무릎약이 그렇게 독했던 것. 하긴 아침저녁으로 다섯 알씩이니... 다시 출발. 금대봉 도착 8시 반. 출입대장에 보니 벌써 들어간 사람이 3명. 주소지는 서울. 이 사람들은 도대체 몇 시에 집을 나왔을까. 남이야... 휘청휘청.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고. 만일 내 안경을 쓰지 않았더라면? 나무가 무성해지기 전 숲속에 들어가는 것은 마른 가지 부러진 가지 때문에 사실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할 수 없지 그냥 다시 사람들 다니는 길로. 이렇게 되면 꽃 발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안전이 우선. 사고는 항상 머피의 법칙을 따르는 법. 그 사이 경험으로 터득한 생활의 지혜랄까 꽃 사냥의 지혜. 마음이 울적해서 그런지 아니면 금년은 예년보다 또 더 늦어져서 그런지 당연히 길 양쪽에서 날 반겨주어야 할 세잎종덩굴이나 요강나물 그런 것 흔적도 없고. 혹시나 하고 들러 본 복주머니란 장소 역시 감감 무소식. 사방에 개별꽃 양지꽃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그리고 큰앵초. 

 

사람의 마음이란 것. 얼레지 일찍 보러 통영에 두 번 씩이나 갔었지만, 그후 태백산에서도 또 오늘도 이 얼레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앵초 역시 광주까지 갔었는데.... 기념 삼아... 땅에 엎드리기 시작. 또 홀아비바람꽃도 지난 번 비 맞아가며 태백산에서 찍은 적이 있어서, 오늘은 그냥 뒤태 중심으로.... 어지럽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이런 식이라면 오늘 하루 뻔한 것. 공주님 전화. 이런 때 전화는 활력소. 부디 우리 공주 진짜 공주님처럼 지내기를.... 이제 노랑무늬붓꽃 쪽으로.... 다시 숲속에서 나오니 지나가던 모녀가 이상한 눈으로 날.... 그럴 수밖에 없지. 꼭 공비모자 같은 것을 쓰고 배낭 메고 거기에 옷은 온통 흙투성이니.... 붓꽃은 군락. 작년보다도 훨씬 더 많아졌다. 역시 방문자 제한과 울타리의 효과? 아니면 신문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던 북극진동 그것 때문? 그다지 흥이 나지 않는다. 차를 몰아 만항재쪽으로. 숲을 뒤지는데 산림감시원이 쫓아와 소리를 지른다. 사진 찍는 거냐고. 나물 캐는 사람인줄 알았단다. 금년에도 야생화축제를 열 예정인데, 오늘도 나물 캐는 버스가 두 대씩이나 왔었단다. 하도들 캐가서 금년 축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다시 나와 이번엔 솟대공원 뒤쪽으로. 역시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있다. 자리 깔고 음식 잔치 벌이는 사람들. 예전엔 전혀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지만, 이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이렇게 숲속으로 나와 음식잔치 벌여야 하는지... 어지럽다. 더 어지럽다. 원래 아침에 나올 땐 며칠 동해안쪽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다 챙기고 나왔지만, 이제 다시 집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집 나오면 x고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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