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창밖

뚝틀이 2011. 12. 25. 13:23

먼 길을 뒤로하고 종착역 아니 다시 출발역으로 향한다. 이제 다왔다는 신호일까. 리듬이 늦춰진다. 조금만 작았더라면 하는 그 아늑한 잡음에서 강한 소리와 약한 소리 두 성분이 더 또렷이 갈라진다. 얼마만인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본 지 얼마나 오랜만인가. 금방이라도 역 구내로 들어설 듯 그런 소리 색깔 변화와는 달리 눈에 보이는 모습엔 아직 변화가 없다. 집들을 담벼락 밖으로 밀어내며 어지럽게 갈라지는 선로들 사이를 달려 들어가는 창밖의 모습, 여행이 끝나갈 때 그 모습은 아직 아니다. 아직 도시 변두리의 거리 풍경이 저 밑에 계속된다. 소리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들, 쓸쓸한 가로수들, 처량한 간판들. 이제 곧 멈춰 설 듯 속도가 더 늦춰진다. 차창 밖 사람들이 가까이 보인다. 무표정한 얼굴들. 저들의 머릿속에선 무슨 생각들이 돌아가고 있을까. 앞쪽 시선 편한 곳을 내려다보며 고개 약간 숙이고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로 기차가 지나간다. 정면을 향한 얼굴로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눈가의 주름이 얼굴의 반점이 보일 듯 가깝게 지나간다. 이제 곧 완전히 멈추기라도 할 듯이 이들의 걸음걸이보다 기차의 속도가 더 늦춰지지만 아무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올라설 준비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이쪽을 보기는커녕 기차라는 요란한 물체가 스칠 듯 자기 옆을 지나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 누구도 이쪽으로 수직방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건 파는 행상이나 그리운 님 마중 나온 그런 사람들 없이 그저 다들 나란히 걷고 있다. 차창 속 나와 나란한 방향으로. 저 앞쪽을 내다봐도 마찬가지다. 그냥 모두 앞을 향해 걷고 있다. 차창 밖으로 자기를 향하는 눈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 못한다. 아니 그런 것엔 관심 없다. 그냥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적막. 이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설듯 말듯 망설이던 버스가 그냥 다시 속도를 내듯, 바퀴소리 맥박이 서서히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그때도 그랬다. 그때는 창문 밖으로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나도 걷고 있었다. 쓸쓸히 홀로. 맞은편에서 오는 한 무리.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그들. 그때도 수직방향으로 건너질러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무리 속에 섞여 마주 오고 있는 그. 날 보진 못한 모양이다. 한두 걸음 거리 왼쪽으로 지나친다. 고개를 앞으로 향한 채. 부른다. 바쁜 걸음으로 그냥 지나간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니 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려 또 부른다. 아니 몸을 돌려 소리친다.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 내 아무리 소리쳐도 그냥 멀어져간다. 사람들 사이로 그 모습이 사라진다. 아 이런 거구나. 이런 거야. 내 그들 바로 옆에서 창속으로부터 시선을 주지만, 내 몸 돌려 온힘 다해 외쳐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느껴지지 않는 존재요 상태 바로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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