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2014년을 보내면서

뚝틀이 2014. 12. 31. 21:20

갑자기 인터넷 익스플로러 화면이 보이지 않기 시작한지 벌써 며칠째, 이 해가 끝나기 몇 시간 전, 이제야 겨우 제대로 돌려놓았다.

처음에는 무슨 바이러스에 걸린 것 아닐까, 백신 프로그램을 열심히 돌려봤지만 이상은 없고,

그제야 크롬 화면은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어쨌든 헤매고 헤매다 우연히 고쳤지만,

그래도 화면이 제대로 동작하니, 이제 마음이 후련하다.

마치 그제 밤에 싱크대 수도관이 터져 부엌 바닥이 물바다가 되어,

서비스 받기도 힘든 시골생활을 하는 내 모습을 원망하며 좌절감에 빠졌다가,

다음 날 부속품을 사다 제대로 고친 다음에야 '원상복귀'에 마음이 후련해졌듯이 말이다.


‘방황’으로 치자면 금년보다 더한 해는 없었을 것이다.

작년에 부러진 팔의 후유증은 계속되고,

거기에 갑자기 시력이 푹 떨어지고,

이는 이제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귀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더구나 얼마 전엔 손가락까지 부러지고,

이제는 양손에 마비가 와, 자판도 독수리 타법으로 두드리고...

계속 이 의사 저 의사를 찾느라 서울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생활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점점 더 ‘결행’의 마음은 굳어지고....

금년 역시 온통 ‘죽음’ 생각에만 빠져있던 한 해였다.


다른 무엇엔가 빠져보려, 동네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다,

공부의 필요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편한대로’ 하는 이 아이들에게 실망하고,

러시아 문학에 빠지게 되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러시아 원어로 읽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겨, 러시아어 복습을 시작하고,

이것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결국 중국어 복습으로 이어지고,

그러다가, ‘뚝틀이의 문학 산책’ 정리로 이어지고,

이제 삶을 정리하는 일환으로 야생화 사진으로 주력을 만들고.....

결국, 아이들 가르치는 것은 영어와 수학선생을 따로 고용해 계속하는 형태로 정리하였고,

프랑스어는 서울 집 옆에서 프랑스인들이 연 노엘시장에 나갔다 한 마디도 못해보고 다시 들어왔고....

야생화 달력을 그렇게 뿌렸지만, ‘문학 산책’을 찾아들어온 사람은 ‘전혀’ 없고....

그래도 금년엔 드디어 불어와 러시아어로 책 몇 권을 읽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이제 정확히 세 시간 후면 이 해가 지난다. 맥 빠진 한해. 내년은 무슨 희망으로 어떻게 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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