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왕위쟈王羽佳의 프로코피에프Прокофьев 2곡

뚝틀이 2015. 12. 16. 03:04

요즘은 이 Yuja Wang 王羽佳의 음악에 빠져있다. 힘이 넘치고, 섬세하고.... 그냥 마음에 든다. 

더구나 이 곡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Сергей Сергеевич Прокофьев. 그의 피아노 협주곡. 

거기에다 또 네 개의 그림 같은 호수Vierwaldstätter See를 품고 있는 루체른Lucern 그곳 음악제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는 이 사람들을 보며......

프로코피에프 이 사람 정말 '늑대' 같은 사람이다. 이들이 이렇게 춤을 추지 않을 수 없게 곡을 썼으니....

또 이 왕위쟈 이 사람, 무슨 유명한 콩쿠르에 입상한 경험도 없는데, 이렇게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연주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렸을 적부터 '온 삶'을 바쳐 연습하고 또 지금도 하고 있으면, 저렇게 건반을 뛰어다니는데도 음이 틀리지 않을까.

어찌 보면 불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음악에 '고통스럽게 빠져들어가며' 미친듯이 흔들어대는 저 모습이.....

하긴 오케스트라의 저 멤버들, 저들이라고 다르겠는가.

유학 시절 초기, 룸 메이트 그분의 말이 생각난다.

사람들은 연주회 음악을 즐기지만, 그 무대에 선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어느 분야 그렇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제 몫을 하겠지만, 그래도 그들은 즐기는 사람을 당할 재주가 없는 법.

역시 음악은 신동이나 천재들의 세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 속 행로는 자연스럽게 '그때 그 시절 추억'으로 향한다. 

그때는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작곡가 이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험했던 시절,

그래도 '이상한 이름'의 이 작곡가 그의 음반은 미군부대 PX를 통해 구할 수 있었으니....

친구가 그 판을 구했다고 하면, 그 집에 가서 몰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듣곤 했으니....

 

그 후 졸업반 때, 취리히Zürich로의 여행, 참, 공항에 도착 때의 재미난 추억이 떠오른다.

공항을 나서는데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Mr. Kim?" 물었고, 난 그 사람 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길 양쪽에 펼쳐지는 초록색(당시 우리나라는 민둥산, 매년 송충이 잡으러 다니는 것이 중요 행사)에 감탄하고,

또 '고속도로'를 달리는 빨강 초록 노랑 파랑 형형색색 차들의 행렬을 보며(당시 우리나라는 차 하면 당연히 검은색),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하며 속으로 감탄하는데,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니, 이 사람이 맞으려던 사람은 내가 아닌 딴 사람,

다시 차를 돌려 돌아오면서, 그러면 그렇지 일개 연수생을 이렇게 고급 차로 마중나올 리가 없는 일....

(서양인들은 이름은 흔한 것을 쓰지만 성이 같은 사람은 거의 없으니, 金氏가 그렇게 흔한 지는 몰랐을 테고,

 또 당시 이곳에는 동양인이 거의 없었다. 오죽하면 선배들이 우리에게 동물원에 가지 말라고 했을까.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원숭이 한 번 동양인을 두 번 보곤 한다고.)

 

어쨌든 두 달 동안 그곳 Swissair에서 일하며, 주말에는 10% 티켓으로 '온 유럽을' 돌아다녔고,

(참 또 하나, 공항 구내에 있는 기계에 신분증만 집어넣으면 봉급이 가불되곤 했는데, 이것 또한 신기했고...)

평일에는 거의 매일, 승무원과 스튜어디스들의 파티, 부르스트도 퐁뒤도 그때 처음 알았고,

또 잘츠부르크Salzburg 음악제에 루체른Luzern 음악제에....

비록 표는 가장 싼 값으로 '무대가 보이지 않는 기둥 뒤'의 좌석을 사서 들어가곤 했고,

남들은 다 '정장 차림'으로 와서 intermission에는 영화에서 보듯 잔들을 들고 분위기를 잡데,

초라한 남방차림으로 주눅이 들어.... 돌아오는 길엔 기차에서 잠이 들어, 오스트리아 국경에서 깨어나기도 했고....

그래도, 그땐, '한국'에서 여기까지 온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줄 알았었다.

 

졸업 후, 유학길에 오르면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던' 내 삶은 완전히 바뀌어,

음악은 물론 '세상 모든 것'과 거리를 두고, 대학입시 준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고....

(그래도 어학 취미는 버릴 수가 없어, 러시아어 불어를 하는 나에게 선배들이 정신 나갔냐 호통을 쳤고...)

 천성은 어쩔 수 없는 것, 결국 내 '최종학력'은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아닌가. 물론 문사철쪽에 더 치우쳤지만.)  

심지어는 우리 집 Robensstr에서 몇 백 미터도 안 되는 Kurhaus에서 카라얀의 음악회가 있는데도, 이를 악물고....

나중에 그 한풀이라도 하듯, 그의 음악회를 갔지만, 이번엔 눈을 감고 감상하다 그냥 졸아버리고..... 

어쨌든, 그 후로 스위스를 갈 때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꼭 들리곤 하는 곳 루체른....

 

지금 이 조용한 시간에, 아무도 없는 공원을 내려다보며

쿠바에 다녀온 누가 선물로 가져온 아바나 시가를 입에 물고,

향기가 그윽한, 특별히 나를 위해 추천된, 프랑스 와인을 마시며,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왕위쟈가 연주하는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여유있게 듣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리 힘들고 고생스러웠어도 젊었을 때의 추억은 무조건 아름다운 것.

지금의 이 여유와 그때 장학금이 떨어질까 앞으로의 생은 어떨까 그 불안,

둘 중 다시 선택하라면, 그래도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이제 덤으로 피아노 소나타 한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