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시간째 저 모양이다. 저 냄새. 살림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가?
아니 음식을 올려놓고 외출을 한 것일까? 불금. 불타는 금요일에? 할 수 없지 참을 수밖에.
이래서 시골집이 좋은 것. 거기선 전혀 망설임 그런 것 없이 그냥 불쑥 들어가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
어쩌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며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니 참을 만도 하다.
생각이란 참 묘한 것. 일단 그렇게 이해하니 냄새도 줄어드는 것 같다.
어제 그 축구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전후반 90분 정말 답답했는데, 교체 투입되는 이정협의 얼굴이 눈에 띈다.
운동선수가 어찌 얼굴이 저리 창백하지? 그동안 많이 아팠나? 마음고생이 많았다던데.
추가 시간 몇 분도 끝나가고. 그냥 TV 끄고 일어나려는데 참 아쉽다.
기성용과 이청용 쌍용이 열심히 뛰기는 했는데, 운도 없었고.
리모컨에 손이 닿는 순간 기성용이 코너 쪽으로 공을 몰고 달려 나간다.
그가 획 돌아서며 상대 수비수를 젖히고 약간 뒤쪽으로 공을 돌리고... 누군가 골을 향해... 이정협이었다. 마지막 순간.
슈틸리케의 표정이 재미있다. 마치 딴 생각을 하다 뒤늦게 소식을 들었다는 듯.
삶이란 이런 것 아닌가?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것.
생각을 계속한다. 인공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VA라면 모름지기...
냄새는 계속된다. 저러다 혹 불나는 것은 아닐까? 경비한테 연락해?
생각은 계속된다. 이제 아예 구부러져버린 이 손가락. 이대로 그냥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사실 오늘도 밖으로 나가긴 했었다. 하지만 어질어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고, 아니 쓰러질 뻔 하고....
냄새는 계속된다. 그래, 이해하자 이해해. 사실 나도 저런 적이 몇 번 있었지 않나.
나도? 나도....?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간다.
요란하다. 뿌옇다. 새까맣다.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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