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먹을 곳 찾아 2만보

뚝틀이 2016. 4. 9. 21:14

사전투표를 하러 갔다. 사각형을 벗어나지 않게 찍으려는데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질어질해진다. 이렇게 기본동작도 할 수 없는 상태도 살아있다고 해야 하는지. 예전에 뚝디 강아지 때 산책 후 크게 놀란 적이 있었다. 다리 옆에 발가락이 하나 달려있는데 그냥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나중에야 개들 발가락 하나가 퇴화되어서 그런지 알았지만 그때는 내가 이 녀석 너무 무리하게 데리고 다녀서 부러져 그런 것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요즘 내 손가락이 그렇다. 손수건을 꺼내려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면 손가락이 걸리곤 한다. 무용지물 정도가 아니라 불편한 물건이 된 것. 어지러움 증세도 가시고, 어쨌든 일단 밖으로 나왔으니, 더구나 지난 며칠 동안 거의 움직이지도 못했으니, 뭔가 좀 먹고 들어가려고 고속터미널 근처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만 선뜻 들어설만한 집이 없다. 허어 이것 봐라. 아직 걸을 힘은 남아있네. 구반포 방배동 먹자골목 서래마을 어느 곳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그냥 빙빙 돌며 마냥 걷기 한 시간 이상, 결국 집으로.... 저녁 때가 되어 출출해져 뭔가 간단한 것이라도 먹으려 다시 이번에는 서래마을을 몇 바퀴 돌다 다시 방배동 먹자골목을 거쳐 결국 또 다시 신반포까지. 대한민국 대표 먹자골목에 들어갈 곳이 없다는 이쯤 되면 이건 단순 대인공포증이 아니라 완전 중증 수준이다. 결국 만만한 곳은 중국집.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독약에 다름없는 짜장면 하나 시켰는데, 어느 젊은 부인이 아이 셋을 데리고 들어온다. 난리다. 이건 정말 완전 난리. 그 부인은 계속 아이들 보고 조용하라고 하지만, 그건 "내가 지금 조용히 시키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 내 성의만은 알아주세요." 그런 알리바이성이고 아이들은 그냥 난리. 먹을 것이 나왔는데도.... 그래도 아이들이 줄어가는 이 대한민국 관점에서 보자면 이 부인은 훌륭한 애국자 아닌가. 손가락에 힘이 없어 젓가락질을 할 수 없어, 주인에게 포크를 부탁. 짜장면 포크로 먹는 손님은 이 집 생긴 후 처음일 테지. 샤워 후 만보계를 보니 20,137보. 그래도 아직 걸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 해도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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