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펑펑 내린다.
눈이 쌓이면 산책이 어려울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나선다.
방에서 내다볼 때는 함박눈이라 생각했는데, 진눈개비. 비가 눈보다 더 많다.
질퍽질퍽. 낡은 등산화, 물기가 스며든다. 그래도 이상한 것이, 기분 나쁜 느낌이 전혀 없다.
점점 더 미끌미끌. 돌길. 조심스럽게, 한걸음 또 한걸음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뚝틀이를 풀어놓는다. 이제는 풀어줘도 멀리 가는 일이 없다.
더구나 오늘은 이 녀석만 데리고 나와서 그런지, 신이 덜 난 모양. 주위만 맴돈다.
뚝디도 풀어주면 두 녀석이 함께 멀리 사라져버리곤 했지만, 하긴 이젠 뚝디도 늙어 그런 일은 없다.
위험한 길. 아서라. 과욕은 금물. 발길을 돌린다. 휘파람. 먼저 뛰어갔던 뚝틀이가 달려온다.
잔등에 하얀 눈, 이제야 발동이 걸린 모양, ‘주인 호위 반경’이 점점 늘어난다.
멀리 갔다 다시 돌아오고, 또 한참 저쪽으로 앞섰다 뒤돌아보고....
이제 다시 산책로 입구 가까이, 휘파람을 부는데 이 녀석 반응이 없다.
산책로 입구. 여기서부터는 찻길이라 위험, 다시 목줄을 걸어야 하는 위치.
아니, 내가 집에 먼저 들어가고 이 녀석 나중에 도착하면 또 뚝뚝이와 사투를 벌일 테니....
계속 휘파람을 불어도 소식이 없다. 무슨 동물을 따라갔나?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마을 개인가?
아니, 울림이 있는 소리, 계곡을 울려퍼지는 소리. 뚝틀이 소리다!
다시 뒤로 돌아서, 산 쪽으로, 소리 나는 방향으로 향한다. 울림이 더욱 커진다.
다른 동물과 싸울 때 다급하게 짖어대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소리와 소리 사이에 여유가 있다.
주인을 부르는 소리. 나 여기 있어요. 여기란 말예요. 그런 소리.
계곡 저 아래에서 울리는데, 올무에 걸린 모양이다.
그런데 어쩐다. 길이 없다. 미끌미끌 얼음으로 덮인 바위들.
그래도 다행이다. 뚝틀이 이 녀석 계속 짖으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뚝디와 뚝뚝이는 이런 경우에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뿐.
년 전 한밤중에 눈 속을 헤치며 헤매 겨우 바위틈에 줄이 걸려있는 뚝뚝이를 플래시로 비춰 찾아낸 적도 있었다.
이제 어쩌지? ‘젊은 사람’의 도움을 청해볼까 전화기를 꺼내들지만, 배터리가 다 나간 상태. 머피의 법칙.
하긴 배터리가 살아있어도 여기는 통화가 안 되는 곳.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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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떨던 이 녀석을 겨우 풀어 밖으로 나오는데,.
이건 무슨 인연. 이곳에 올무를 설치한 ◦◦◦가 다가오며 ‘반갑게’ 인사. 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
집에 거의 도착하니, 지나가던 차가 멈춘다. 이장 부인. 옷 모양이 왜 그러냐며 놀라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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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열심히 떼어내고 있다. 도깨비풀.
수백만 년 수천만 년, 자손들의 번창을 위해 발전해온 이 신비한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