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화. 예전엔 남대문시장을 뒤져가며 '최고급'만 골랐었다.
다른 물건들은 잘도 깎아주는데, 그런 에누리가 거의 없는 고급 제품만.
그중 하나가 등산화, RedFace였다. 딴 상표와는 달리 이 신발은 참 편했다.
이곳 시골로 내려온 지 벌써 10년이 훌쩍 지나고.... 그 동안 등산화란 등산화는 거의 모든 상표를 섭렵했다.
산행에서는 안전이 최우선, 다른 물건에는 값을 보고 망설이고 하곤 하지만, 여기에까지 돈을 아낄 필요야 없지 않은가.
그중에도 언젠가 삼척에 들렸을 때 그때, 얼마나 반가운지 아예 등산 용품 한 세트를 산 레드페이스.
그중 등산화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다 폐기처분 되었고, 최근까지 아끼던 레드페이스.
'뚝틀이 올무사건' 후 아이젠을 사러 시내에 나갔는데, 눈에 들어오는 간판, 레드페이스.
아하. 이제는 지방의 이 작은 도시까지 레드페이스가 들어오는 구나. 밀레와 노스페이스는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런데 '지방'의 밀레와 노스페이스는 '서울'의 물건과 다른 모양인지, 이제까지 여기서 산 것 중에 '불량품'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아이젠뿐 아니라 등산화까지.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니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이 레드페이스는 어느 나라 제품이지?
놀랍게도 이것은 우리의 토종 브랜드.
실망? 천만에! 자랑스럽다. 다른 어떤 등산화보다 뛰어난 이 제품이 우리 것이라니.....
뚝틀이 이 녀석.
등산로 입구까지는 얌전히 옆에 붙어 따라오더니,
산에 들어서자 이곳저곳 제멋대로 뛰어다니다 시야에서 사라지곤 하기.
개들이 왜 흰눈을 좋아하는지, 설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뭐였더라.
어쨌든 이제 내려가자고 아무리 휘파람을 불어도 나타나지 않아,
이 녀석 오늘 또 올무에 걸린 것 아닌가 하고 기다릴 수밖에,
휘파람으로 부르다, 소리를 높이다,
녀석 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가만히 있으니 너무 추워온다.
할 수 없지 뭐. 내려오는데, 그때서야 모습을 나타낸다.
개와 사람의 지각 차이.
나는 바로 내 옆에 있으라고 이 녀석에게 말하지만,
이 녀석은 자기 '시야'에 주인이 있으면, 그것이 '옆'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내가 자기를 기다리는 동안은 자신이 주인 옆에 있다고 생각,
내가 자리를 뜨려고 하면, 그때서야 모습을 나타내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또 올무인가 그 걱정에...
어쨌든 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소리를 막 지르니,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런 자세로 앉아 '반성'하는 모습.
반성이 맞다. 이후로는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니....
참, 이 녀석 오른쪽 귀 모양.
지난 가을 귀에 물이 차는 부슨 병에 걸렸었는데,
거의 한 달 반인가 두 달 동안 계속 주사에 약에, 바늘로 피를 빼고...
그 후로 '굳은 살'이 생긴 귀가 일어나지 못하고,
수의사에 의하면 이제 다시 서지 않는다고...
뚝디 뚝뚝이보다 한 살 아래 이 녀석도 나와 지낸지 거의 10년.
나와는 마음이 제일 잘 통하는 사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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