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뚝틀이 2009. 2. 25. 07:32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예술과 문학의 흐름이 그 자체로서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이 사회사(Sozialgeschichte)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껴 4권짜리 책을 구입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통해서 또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통해서 이미 미술 쪽은 접해본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그들이 다루지 않았던 문학이라는 또 하나의 그림이 나란히 흐르는 그런 좀 색다른 맛을 기대하는 그런 마음에서. 하지만, 놀랐다. 연구보고서라고나 할까, 논문이라고나 할까, 그 정도로 꼼꼼한 책이다. 어쨌든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은 아니다.

 

그 괴력에 놀라 자료를 찾아보니 이 Arnold Hauser 역시 헝가리에서 자라난 독일계 유대인이란다. 그렇다고 무슨 그럴듯한 배경의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 부모가 책을 든 것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털어놓기까지 했다니. 늦은 나이에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독학으로 공부하게 되었는데, 시대의 걸출한 인물들과 같이 토론할 기회를 스스로 능동적으로 마련하며 찾아다녔고, 또 엄청난 집념으로 역사적 사실을 깊게 파고들어 이 ‘균형 잡힌 예술 문학사조 사회사의 고전’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솔직한 표현으로는, 읽었다기보다는 매달려 끌려 다니다, 아 이제 마지막 페이지로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하다. 마치 외골수 천재 철학자이자 시계공이 꼼꼼히 기록해 놓은 예술기록처럼, 어떤 오류도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벽증의 그 누군가가 써놓은 듯, 논리 정연한 이론 전개의 내용의 깊이와 그 철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첫 부분부터 엄청난 위압감을 느끼면서, 책 읽는 내내 독일 문화권 작품의 그 전형적 문체와 논리전개의 그 스타일에 푹 빠져들었다. 그러기에 이 ‘교양서적’을 읽는데도 그렇게 엄청난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이 세우고자하는 체계가 완벽함을 입증하기 위하여, 자신의 견해가 기존 다른 이들과의 견해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려, 때로는 좀 지나치다할 정도로 세부적 사항으로까지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사건 분석과 평가에 대한 설명이 너무 깊고 자세히 되다보니, 자꾸 그 큰 흐름을 자꾸 잊게 되었던 것. 그것은 역시 나의 독서력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이 책이 그렇게 한 번 읽고 지나갈 수 있는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그럴까. 책꽂이에 꽂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들쳐보아야 할 그런 책이라 생각된다. 끊임없이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줄 그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