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아고라에 올라온 이들 저자의 글 분위기에 매료되곤 하다가, 이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손에 넣게 되었다. 역시 기대한 대로 아주 친절함 그 자체로 가득 찬 책이다.
화폐란 현실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용팽창과 수축이란 무엇인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무엇인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 혹독한 디플레이션 시대에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등을 선동적이지도 않고 무리한 일방적 견해를 주장하지도 않고 그저 차분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마치 공원 벤치에 앉아 옛 경제학도 시절 친구를 만나 그의 실무적 경험담을 곁들여 이야기를 듣는 듯 편한 느낌으로.
내용만 좋은 것이 아니라, 편집 스타일도 마음에 든다. 읽기 편하게 내용을 분류하고, 페이지 이곳저곳에 필요한 보충설명까지 눈에 쏙쏙 들어오는 모양으로 곁들이고, 또 우리나라의 이야기에 국한시키지 않고 미국 쪽 차트까지도 풍부하게 집어넣어 그 설득력을 높인 것도 그렇고, 책 말미에 FAQ를 넣어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하게 하고, 또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웹사이트 목록을 정리해 놓은 것도 그렇다. 독자들의 입장을 여러 각도로 배려한 저자들의 자상함이 마음에 와 닿는다.
기득권층에 속해있으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입장에서 글을 쓰고 행동하는 제도권언론과 경제학자들로서는 할 수 없는 이런 ‘국민 업그레이드’용 경제 책들이 이렇게 나오고, 또 그런 책을 한갓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취미용이 아니라, 자신의 절실한 필요의식과 결부시켜 읽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지금의 경제위기란 현실이 역설적으로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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