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신화와 비교종교학자로 널리 알려진 Joseph Campbell의 강좌시리즈에 참여했던 Diane Osborn이 캠벨의 강의 내용을 그의 저서와 평소 어록을 함께 묶어 펴낸 일종의 캠벨선집이다. 이 책은 의식의 단계를 "In the Field", "Living in the World", "Coming into Awareness", "Living in the Sacred" 이렇게 네 단계로 분류하며 서술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일반적 사고체계의 순서를 나타내는 차례라기보다는 각각 테마별 내용을 묶은 독립적인 내용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싶다.
위키를 찾아보니 저자(1904-1987)는 뉴욕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라났으나, 어렸을 적 방문한 박물관에서 인디안 전설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젊은 시절 프랑스와 독일 방문에서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심취하게 되고, 또 우연히 만난 힌두학자에 매료되어 결국 인도와 일본에 각 6개월씩 머물게 되며, 그 사이 각 종교와 신화의 근본에 대해 심취하게 되었다한다. 다시 미국에 정착하려던 때 마침 일어난 대공황으로 5년 동안 ‘책만 읽게’되고, ‘큰 그림’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을 주문할 당시 내가 기대했던 것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신화의 비교설명이랄까 혹은 재해석이랄까 그런 일종의 교과서 비슷한 내용이었다. 체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지혜의 바탕을 깔아주는 그런 성격의 입문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수준은 그런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기독교라는 종교와 성경도 하나의 신화적일 가질 뿐이고, 힌두교와 불교 역시 사람들이 찾고자하는 진실을 찾는 방편으로 만든 신의 형상과 그 신에 대한 이해일 뿐이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캠벨은 ‘자기 자신이라는 시스템의 에너지가 가진 가능성을 완성시켜보려 애쓰는 인간의 운명으로부터 태어난 노력의 결과물들이 신들의 형상’이고, 그 수많은 신들 중 누구를 섬기느냐 하는 것 이전에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고, 그 나 자신을 어떻게 형성시켜나갈 것인가를 능동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배경으로 미국의 전통 교육기관이나 종교기구에서 가르치는 내용과 벗어나는 파격적 언어와 문장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그 때문에 이 책이 미국에서 그렇게 큰 반향을 얻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이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어지럽다’는 느낌밖에 나질 않는다. 사실 이런 느낌은 전에 읽었던 ‘죽은 철학자들의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이 그 해박한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식으로 산책을 즐길 때, 불쌍한 ‘초보 지식인’이 느끼는 것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시를 내려다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때의 그 어지러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다행인 것은 보통의 책에서처럼 무슨 격언이 그냥 그렇게 던져지는 그런 모양이 아니라, 왜 그런지에 대한 배경설명이 곁들여지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나 할까. 특히 마지막 장 Living in the Sacred에 나오는 음악과 미술 또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그의 해석은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는 그런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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