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藤原新也의 '인도방랑'

뚝틀이 2009. 8. 4. 10:19

1944년생의 작가 후지와라신야가 스물네 살의 청년 때 '대학을 버리고 모든 경력을 버리고' 천 일 동안 인도 속에서 '방랑'했던 기록을 담은 글과 사진을 실은 책이다.

 

우선 무엇보다 강렬하게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이 책의 특징은 여기에 실린 사진들의 모습이다. 그 어느 한 장도 선명한 것이 없고, 그렇다고 예술적인 것도 아니고, 그저 어둡고 투박하고 초점이 흐린 그런 것들뿐이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그 속에서 꿈틀거리던 그 무엇인가가 슬그머니 선명하게 그 냄새와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이 작품들은 어찌 보면 그의 눈에 비친 '無와 虛라는 이미지 그 자체'만을 전달하려는 그의 미술학도다운 뛰어난 감각의 '표현물'들이라고나 할까.

 

글 스타일 마찬가지다. 무슨 구체적인 일정이나 사실의 기록 또는 신기한 경험의 나열이 아니라, 역시 그의 사진들처럼, 눈에 비치는 것이 가슴속에서 빚어낸 생각이 글자라는 형태로 흘러나와 페이지에 눌려져버리게 된 그런 느낌이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하며 '세상에 무서울 것 없던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던 60년대 말 일본의 스물 몇 살의 청년이 그 어느 곳에서도 '삶의 기쁨과 희망'을 보고 느낄 수 없는 인도에서 느낀 것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그의 이 글에서 어떤 주장도 초점도 또 경계선 구분도 없기에 오히려 그의 깊이 있는 '말의 흐름'이 주는 느낌은 더 없이 강렬하다. 본문과 떨어진 별도의 글로 저자는 말한다. "지상에 있어서의 생명의 존재 장소를 분명하게 보았고, 아울러 내 생명의 존재 장소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고.

 

오래전 나 자신의 여행을, 뉴델리 역에서의 그 '아귀다툼'을 시작으로 '사람과 동물의 구별'이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뭄바이를 거쳐 그 얼마나 오래전부터인가 거기에 있었을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직 살아 숨 쉬는 고아까지의 여행을, 돌이켜보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철저한 '관찰자'로서의 내 여행과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그들 속에 섞여 들어갔던 저자의 체험 또 그 사색의 깊이를 어찌 비교나 할 수 있겠나. 그냥 읽고 또 읽고 읽었다. 이런 것이 바로 책이요 이야기다. 책읽기에 빠지는 행복에 잠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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