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째깍째깍 소리는 나는데 바늘은 전혀

뚝틀이 2010. 1. 23. 11:32

 

움직이질 않네. 어쩐 일일까.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같은 고장으로 멈춰서 있다니.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겨울이라 온도가 내려가 두 곳 바늘 움직이는 곳에 동시에 무슨 수축작용으로 어딘가 헐거워졌거나 꽉 끼었거나?  모르겠다. 모르겠어. 이렇게 간단한 일에, 손 댈 곳이라곤 전혀 없는 이렇게 간단한 기구에.... 오죽하면 배터리 플러스 마이너스를 바꿔끼었나 그것까지도 몇 번씩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  지금도 소리는 째깍째깍. 바늘은 그대로.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두 시계가 동시에 멈추었다는 것, 그리고 똑 같이 무반응이라는 것. 그냥 생각해본다. 시간이 멈춘다면? 온 우주의 모든 움직임 모든 현상 그 무엇이든 모두 동시에 멈춘다면? 그래도 그것을 알아낼 방법이 있을까? 관성? 멈춤까지 드는 에너지와 다시 정상 움직임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에너지? 혹 삶이 그런 것 아닐까? 이제 편안히 쉬겠다고, 마치 시간이 멈추듯 모든 것 멈추는 상황에서 쉬어보겠다고.... 하지만, 그런 멈춤에 이르기까지 들여야하는 에너지는? 또 혹시 다시 움직임 상태에 이르겠다고 마음을 바꿨을 때 거기에 드는 에너지는? 그 두 번의 에너지 그것은 어디에서 오지? 그 에너지 소모에 수반되는 마모현상은? 비가역적 현상인 그 마모현상. 움직임이 계속되는 세상에 역행하며 멈춤에 이르고, 설령 그 멈춤과 세상의 움직임 사이에서 어떤 평형상태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평형상태가 유지되기 위해 소모되어야하는 마찰 에너지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시계에서, 분해되기를 거부하는 시계에서 째깍소리는 계속된다. 아주 약해져 이제 멈추려는 심장소리처럼. 혹 배터리가 약해서? 어제 또 새로 사온 배터린데?   세상에! 이 새 배터리를 다른 시계에 갈아넣었더니, 이번에는 그 시계 초바늘이 움직이지 못하고 찔끔 앞 찔끔 포기..  그 시계에 있던 배터리를 이쪽에 넣었더니, 소리도 똑 부러지게 착 촉 착 촉, 바늘도 움직이고.....  생각. 세상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어떤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멈추었다는 것 거기에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배터리를 갈아넣었는데, 두 개의 배터리를 한 봉지에서 뜯어 넣었고, 또 슈퍼에 가서 배터리 2개 들어있는 팩을 사와 또 동시에 갈아끼웠고.... 쌍둥이에게 쌍둥이 조건을 가하며 쌍둥이 반응을 보면서 그것 참 이상하네를 연발하고, 그래서 그 쌍둥이 중 하나의 몸에 무리한 힘을 가해 상처를 내었고, 답답한 마음에 거기에 귀를 대로 심장박동을 들었고, 심장은 뛰고 있는데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상했고, 물론 쌍둥이 동시에...... 선입견 예단 이런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케하는지.... 무엇인가 '요상한' 이유 때문에 시계가 가지 않는 다는 '확신'을 가지고.....  에너지. 세상 흐름과 같이 하기를 포기하고 멈춤의 삶에 이르려해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삶에서의 평안함을 유지하려해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아도, 소리는 나는데 바늘은 움직이지 않듯이, 삶의 멈춤이라는 것이 꼭 심장박동이나 두뇌의 생각능력의 멈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팔 다리 멈춤을 또 눈 동자의 멈춤으로 이해되듯이.....  단계별 멈춤. 그것도 멈춤은 멈춤. 멈춤의 단계. 단계? 멈춤 속에서의 단계란 움직임의 세계의 관점에선 전혀 의미가 없는 법. 이제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보다 잠깐 바늘이 움직였을 뿐. 이제 시계는 다시 스톱. 생각의 세계. 어느 단계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느 단계에서 조금 더 나아가고 어느 단계에서 그것을 뒤집어 생각하고.... 이제 다 된 것 같다 생각되도, 사실은 아직..... 생각은 생각일 뿐. 이제 '강력 배터리'를 사러가야할 때. 하지만 왜 약하디 약한 배터리에도 환상적으로 움직이던 시계가 '강력배터리'를? 그것이 바로 시간의 법칙. 그 어떤 젊은 것도 언젠가 늙는 법. 그 어떤 늙은 것도 언젠가 멈추는 법. 멈춘 시계? 거기에 특별한 센티멘탈 밸류가 없다면? '강력배터리'? 사실 강력한 배터리라는 것은 없고, 초기에는 배터리 전압이 높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압이 떨어져가기 대문에 그 초기의'높은 전압'을 이용하자는 것인데..... 어쩌면 전혀 의미없는 심폐소생술의 그 고전압과 마찬가지로 이제 회로의 성능이 떨어진 그 곳에 시도해보는 의미없는 '순간의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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