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부부가 신선봉 가는 길을 묻길래 주차는 어디 하고 어디로 올라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 왠지 이들은 산행보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내려오길래, 벌써 올라갔다 오시냐고 길은 잘 찾았냐고.... 잘 다녀왔다고... 내 관할구역에 무슨 꽃이 피었나 샛길로 들어섰다 나오는데, 이들 부부 나에게 땅이 이렇게 파헤쳐진 것은 왜냐고 묻길래, 멧돼지때문이라고 대답하면서, 이렇게 순박한 사람들에 대해 내 엉뚱한 의심을 품다니.. 선입관 좀 버리지.... 자책하며, 또 다른 내 관할구역에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이런 이런 이들 부부 저쪽에서 아까 파헤쳐진 것 어쩌고 저쩌고 묻던 그곳에서 열심히 전문도구로 파내느라 정신이 없어..... 그러시면 안 된다 했더니, 국립공원 아니면 상관 없다나. 그러면 당신네들 주차한 곳 그곳에 산림감시원을 대기시켜놓겠다고 이야기하고 내려오는데..... 세상에 세상에... 엄청난 한 무리 올라오면서 벌써 까만 비닐봉지에 두툼하게.... 분노라기보다는 심한 허탈감이.... 여기 대한민국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산 증거가..... '우리'라면 '나'도 소속되는 집단이도 '우리나라 산'이라면 '나의 산'이기도 한데.... 내려와 보니 주차장에 대형버스 세 대가 서있고.... 올해뿐만 아니라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봄 관광버스엔 두 종류. 하나는 정말 산행하는 사람들, 또 다른 하나는 나물 캐러 오는 사람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것은 아까 산 안쪽 길 중간중간 옆에 세워놓은 '프로'들. 매년 봄 '거덜나는' 여기 산 여기 골짜기. 하긴 며칠 전에 흰민들레 본 곳 그곳에 다시 갔을 때도 누군가 그 일대의 토종 민들레 싹쓸이 해갔고, 지난 번 이 근처 무덤이란 무덤 다 파헤치고 할미꽃 캐간 것 하며, 이 근처 야생화 '종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이들을? 아니지 아니지 원인제공자가 문제지. 야생화 화원에서 뭔가 사다가 집에 심는 사람들 상대로 짭짤한 영업이 되니 이렇게 '편하게 돈 버는' 캐가기라 기승을 부리고, 산채비빔밥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렇게 '본격적'으로 채집해가고..... 하도 답답해 지난 번 이곳 면장에게 어떻게든 조치를 건의해보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했겄만, 이것이 '우리 산'이 아닌 모양이지. 아까 그 장면을 목격할 때 또 지난 번 무덤이란 무덤들 다 그렇게 무참히 파헤쳐진 그 모습을 보며 심장이 멎을 정도의 분노를 느꼈었지만, 이제는 그냥 허탈감만이...... 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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