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행. 분명 일기예보엔 해 쨍쨍이었는데, 짙은 안개에 간간히 비까지. 아무리 ISO 높이고 F값 줄여도 사진 얻기가 힘들고... 집에 돌아와 사진 펼쳐보니 당연히 건질 사진 별로. 이 때 드는 생각. 다시 한 번 그곳에 가야지. 하지만 다른 자책감. 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삼각대 설치하고 리모트 샤터를 썼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건질 것 있었을 텐데. 아무리 옆에 사람들 빠르게 지나가도 좀 더 강심장으로 시간 더 끌면서라도 사진 건질 생각을 했어야지. 이 모델 저 모델 공략하는 대신 그냥 느긋하게 한 모델에 집중했어야지. 아무리 위험스럽게 또는 귀찮게 느껴지더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했어야지. 거기까지 거리가 얼마고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그렇게 대충대충 한 것도 아니고, 내 그렇게 성의없게 찍은 것도 아니고, 정말 가쁜 숨 몰아쉬고 정말 땀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했는데.. 내게 부족한 면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에서의 시행착오였을 뿐인데. 이쪽의 변명과 정당화가 저쪽의 본능적 자책과 주거니 받거니... 일기예보를 보면 내일은 분명히 해 쨍쨍인데, 이 일기예보 자체를 믿을 수 없기도 하지만, 또 산악지방의 날씨라는 것이 워낙 변덕이 심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몸이 더 견디지 못할 정도로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고.... 이것이 어디 사진작업에서 뿐이랴. 우리 삶에서는? 내 사실 지금까지 그렇게 대충대충 성의없게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지난 날들을 돌이켜보면 이런 회한 저런 회한. 왜, 무엇때문에. 지금 사진에 대한 생각은 그 찍은 사진들이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을 보며 초점이 어떻고 구도가 어떻고 하며 실상 내 지금의 실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그런 수준의 목표치를 마음에 정해놓고 '사진 찍기'의 본질인 '삶의 활력소 마련'을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을 잊곤하듯이, 사실 내 삶에 대한 회한도 내 능력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그림을 그려놓고, 이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를 완전히 잊은 채, 그 희망사항에 다다르지 못하는 나 자신을 쉴 새 없이 탓하며 본말전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내일 산에 다시 간다면, 그리고 내일 날씨가 정말 환상적이라면, 내 원하는 사진들을 얻을 수 있을까? 내 다시 한 번 이 삶을 되돌려 살 수 잇다면, 그리고 모든 환경이 나를 받쳐준다면, 그렇다면 정말 내 원하는 나 자신의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그 수준에서 또 다른 목표를 그리며 내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결론은 하나. 사진 찍으러 나갔다 그 날씨 그 환경에서 얻은 사진에 다시 한 번이라는 것이 없듯이, 살아가는 삶에 이런 저런 제약을 아쉬워하며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놓친 것'을 만회할 수 있을 텐데 생각 역시 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 어제는 어제였고, 오늘은 오늘. 이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는데, 그 내일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