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호의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와 강수정의 '라틴로맨스'를 읽었다.
기행문을 읽을 때마다 받는 느낌. 아무리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라지만, 아무리 글을 쓸 목적으로 그곳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철저한 자료조사? 그런 일이라면 내 성격상 이들의 작업에 그다지 뒤지지 않았다는 자신이 있는데. 가이드? 여행의 진수는 가이드 없이 다니는 것 아니던가. 누구의 도움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호텔예약조차 없이 현지에서 직접 부딪치며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 해결하는 것이 내 여행의 기본 원칙인데. 더구나 난 이과수 폭포뿐 아니라 아마존 지역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서바이벌 여행도 즐기고. 잉카 유적? 말해 무엇 하랴. 거기선 문자 그대로 온 몸으로 부딪치며 곳곳을 만지며 뒤졌는데. 멕시코? 그곳에서도 시티뿐 아니라 해와 달의 피라미드가 있는 제법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었는데. 그랬는데도, 이들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낀다. 마치 이들은 깊은 내면까지 들여다보며 차원 높은 생각을 펼치는데, 난 그냥 겉핥기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갔다 왔노라' 식의 추억 목록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한 걸음 더 나가, 러시아내륙에 바이칼호수에 또 몽골 그 단신 여행을 어떤 이가 더욱 멋있는 필치로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면? 다시 책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해본다. 차이가 무엇일까. 두 가지. 하나는 사진, 또 다른 하나는 본래의 직업. 사진? 내 여행엔 사진이 없다. 항상 즐겨 쓰는 표현. 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에 담는다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화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래의 직업. 이들은 기자이자 작가고 예술인이자 문학인들이다. 평생 그쪽에 종사해온 사람들이고, 그만큼 머릿속에 든 것도 많다. 여행은 그것들의 점검 과정이요 확인 작업이기도 하고. 큰 그림, 작은 그림. 그들에게 있어서 기행문이라는 것은 큰 그림을 채워나가는 과정인데, 나에게 있어선 작은 그림이라는 기념품이요 변화의 경험 그것일 뿐이었고.
그런데, 꼭 다른 자연 다른 문화를 겪는 것만이 여행이던가. 삶이란 여행은? 이 여행길에 대한 기행문을 쓴다면? 혹 내 그 여행이 그 어떤 누구의 여행보다 더 험난한 홀로 헤쳐나가기 그런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은 이 작가들처럼 큰 그림의 일부로 이해하는 이 삶을 나는 그저 좁은 시야로 바라보는 작은 그림 그 차원의 이해에서 얼버무리고 있는 그런 식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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