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뚝틀이 2010. 10. 22. 13:38

딱딱하고 매마른 삶에 약간의 재미를 곁들인 긴장이 필요하곤 하듯이, 나의 영양가 위주 독서습관에도 양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외따른 섬 '인디언 섬'에 초대받은 열 명의 손님, 하지만 초대한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방에는 '10 명의 인디언 소년'이란 끔찍한 내용의 동요와 10개의 인디언 인형이 놓여있고, 초대 손님들은 이 가사에 따라 한 명 한 명 죽어나가며 그때마다 인형의 개수도 하나하나 줄어들고. 다른 그 누구도 있을 수 없는 섬 모습 또 그 상황 설정으로 보아 범인은 그 열 명 중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 열 명 모두 죽으면서 소설은 끝이나고. 

소설 작가란 자기가 쓰는 그 소설이라는 '세계의 창조자'임에 틀림 없고,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 성격의 창조자'이고, 또 그 창조의 결과물에 들어가 저자와 어울려 생각하며 '놀이'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추리소설의 묘미 아니던가. 추리소설의 백미는 아무래도 지난 세기 전반부에 쓰여진 것들. 현대의 소설들엔 작가의 '횡포'가 너무 심해 같이 생각은커녕, 마지막 장면에 가서 엉뚱한 카드 꺼내들며 '놀랬지"하기 일수.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너무 길게 길게 끌곤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괴도 루팡이니 셜록 홈즈의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는 그런 스타일이라 기분전환 목적으로 읽기에는 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