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Byzantium: The Surprising Life of a Medieval Empire (2007)
참 고생 고생해서 읽은 책이다. 600쪽이 넘는 그 분량도 그렇지만, '찬란한 비잔틴 문화'란 막연한 표현 또 미술사 책에 나오는 몇 장의 사진 그 정도가 내 알고 있는 전부였을 뿐. 언제 어디 있던 제국인지, 어떤 민족이 무슨 역사와 문화적 배경으로 세운 나라인지, 그 후예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전혀 감도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잡았으니, 책 읽기가 어디 쉬울 리 있었겠는가. 더구나, '무엇인가'를 독자에게 주입 시키려는 '이 '여류작가의 목적의식' 때문에 때로는 너무 지엽적인 사항이 지나치게 깊게 다루어지곤 하다 보니, 전체적 그림과 그 흐름을 잃기 일쑤라, '다시 책 밖으로 나와' 쉴 새 없이 인터넷을 들락거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래도 책을 덮는 순간, 그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여행 다녀온 것 같은 기쁨에 흐뭇한 마음이다.
우선 책과는 상관없이 인터넷을 뒤져가며 사전에 얻은 요약지식 :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원 후 330년에 제국의 수도를 콘스탄티노폴리스(지금의 이스탄불)로 옮겨 두 번째의 로마로 삼은 것이 그 시작이고, 그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글쎄 그들을 비잔틴 족이라 부를 수 있을까)이 자신들의 '이민족 조상'은 그리스인이고 '자신들의 위치'는 자랑스러운 로마인이라고 생각을 했고, 또 기독교 문명 이전의 고전적 전통(주로 그리스 문명)도 받들면서 서로마와는 '다른' 기독교 문명을 이루고(그리스 정교회, 러시아 정교회 등으로 퍼져나감), 물질적 풍요를 바탕으로 학문을 소중히 여기고 또 때로는 곤경에 처하곤 하는 서쪽의 로마를 도와주곤 했으며, 서기 476년 서로마의 마지막 황제가 오도아케르에게 살해된 후에도, 1453년 오스만투르크에게 망해 사라질 때까지 1000년 동안 지속된 나라요 문명. (신라 흘해이사금이 벽골제를 열었다는 AD330년부터 단종을 물리치고 세조가 왕위에 오른 AD1453년의 계유정난 그때까지) (비잔틴이라는 단어는 당시에 쓰인 적이 없고, 후세 역사학자들에 의해 붙여진 이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자는 반복한다. 부패와 잔혹과 야만성 또 여자와 환관과 사치라는 부정적 관점만 부각되어 알려진 비잔틴 제국의 문화와 역사는 어쩌면 십자군이 같은 기독교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을 철저히 유린하고 약탈했던 그 야만행위를 염두에 둔 그 후손들의 일종의 '정당화 이론' 그 성격 때문은 아닐까 하고. 저자는 마치 '이야기로 읽는 조상들의 이야기' 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그 제국의 이야기를 테마별로 나누어 풀어나간다. 비잔틴 문화의 이교도적 요소가 또 동방적인 요소가 왜 어떻게 이어졌는지, 또 만일 발칸반도로 진출하려는 이슬람 세력을 이 비잔틴이 그렇게 사투를 벌이며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서방 세계가 정말 이슬람으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겠는지, 비잔틴에 들어와 같이 살 수밖에 없게 된 슬라브 족이 그 어려운 그리스어가 아니라 자기들이 쓰는 언어로 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키릴형제로 하여금 새로운 문자를 만들게 한 그런 것이 얼마나 탁 트인 문명적 태도인지, 그리스 정교회와 서방교회의 차이가 무엇인지, 그 목숨보다 더 귀중한 차이가 후에 어떻게 다른 나라들로 퍼져갔는지, 1204년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점령과 57년간의 약탈이 그 찬란한 문화를 어떻게 뿌리 채 흔들며 소멸시켰는지, 노예로 들어온 사람 여자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도 이 제국이 어떤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실제로 그들의 치적이 어땠는지, 무슬림과 투르크 문화와의 교류가 어떤 피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이루어졌는지... 끝없이 이어진다.
책을 읽는 내내 평행선 그림을 머릿속에 그린다. 모든 이를 묶어둘 자신만의 언어가 없는 문화. 우리 발해의 역사는 어쨌는지. 저 미국의 지금 행태와 평행선은 없는지. 종교라는 허울을 쓴 인간의 탐욕 그 한계는 어디인지....
예전의 그 루마니아 불가리아 또 아테네 테살로니카 그리고 터키 여행 때 이런 비잔틴 문화의 배경을 사전에 숙지하고 갔었더라면 하는 때늦은 아쉬움과 함께, 비잔틴제국 전성기 때의 지도를 위키에서 찾아본다.
(위키백과에서 복사, LocationByzantineEmpire.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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