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Robin Le Poidevin의 '4차원 시간여행'

뚝틀이 2010. 10. 28. 15:27

원제 : Travels in Four Dimensions: The Enigmas of Space and Time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과 공간 그 이해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 그런 것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책을 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첫 페이지의 코멘트로부터 어긋난다. 이 책이 시간이란 별도의 차원에 대해 무슨 깔끔한 해결책을 제시한다기보다는 과거 그리스 철학자들의 생각으로부터 현대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시간이란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노력해온 모습들을 보여주며 독자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로부터. 더구나 이 책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대개 강의의 특징은 '쓸데없이 길게 늘이고 또 늘어뜨리고'하는 그 성격때문에 문외한들이 일기에 벅찬 것이 일반적인데......

 

역시 예상대로 '쓸데없고 유치한 생각'들이 책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공간에 끝이라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 끝을 어떻게 인지하며 논리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시간에도 마찬가지로 시작과 끝이라는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공간에서의 개념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떻게 시간이란 개념에 접근했으며 칸트의 테제와 안티테제에 의한 접근방법은 어땠는지. 과학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논리책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난 논리전개 그 방법론 자체에도 가끔 회의를 느끼는 편이니.

 

또 그렇게 논리책 성격도 아니었던 것이, 과거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다루었던 시간의 유희 시간여행 이런 것의 예문을 던져놓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또 다시 풀어나가고 하는 그 방식. 처음 전공은 물리학이었는데 나중에 철학으로 방향을 튼 저자의 그 백그라운드에 걸었던 희망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들이었다. 차라리 일관되게 처음부터 끝까지 논리적 분석과 이해 그런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나갔다면 이런 '환멸'은 느끼지 않았을 텐데.

 

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단편적 지식, 즉 시간이라는 것은 원래 비선형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공간과 결부되어 움직이는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하든지, 호킹 박사처럼 시간이란 것 역시 빅뱅과 함께 태어난 것이므로 빅뱅 이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던지, 또는 신학에서 이야기하듯 창조 이전의 시점이라는 것은 그 개념자체에 모순이 있다든지, 아니면 내 평소에 알고 있던 물리적 관찰과 처리 대상으로서의 시간차원이 그냥 삼차원 공간에 추가의 차원일 뿐, 그 네 개의 차원 중 어느 것과 어느 것을 묶어 생각하든지 각 차원이 독립적 즉 시간과 공간을 동격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든지, 이런 '잡다한' 생각들에 어떤 체계를 세워주는 그 무엇인가를 기대했던 것 그 자체가 잘못이었던가?

 

하기야 생각도 삶의 일부분이고, 삶에 어떤 명쾌한 이론이나 체계정리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듯, 생각 역시 그런 것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