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Franz Kafka의 'Die Verwandlung'

뚝틀이 2010. 12. 17. 18:55

몇 걸음만 걸어도 호흡곤란을 느끼는 어머니, 17살 난 여동생, 몇 년째 실직상태에 익숙해져 이젠 느긋하게 몸까지 불어난 아버지, 이들과의 생계를 위해 몸 돌보지 않고 일해야만 하는 그런 삶이라면, 건너편 병원이 내다보이는 집 창가에 앉아 쉴 때 무슨 생각이 나곤 하겠는가. 아프다고 핑계대기엔 몸이 너무 튼튼하다고? 그럼 차라리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존재'로 변해버린다면?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정말 자신이 그렇게 변해있다면? 작가 카프카가 이 상징적 소설 '변신'을 쓴 것은 1915년. 

 

알람소리도 듣지 못하고 늦잠을 자다 깨어난 주인공 Gregor는 자신이 ungeheueres Ungeziefer로 변해있음을 발견한다. 식구는 물론 직장에서 출근독촉 온 회사사람까지 섞여 한바탕 법석이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어머니는 그 끔찍한 모습을 차마 마주대하지 못하고, 누이동생은 그 역겨운 모습 피하며 먹이나 겨우 놓아주고, '관찰자' 입장에서의 게오르그는 연약한 생각만하고, 그러던 어느 날 오해로 비롯된 아버지로부터의 폭행까지 당하고. 은행 경비원 자리를 얻은 아버지, 점원으로 일하며 더 좋은 직장을 얻으려 속기에 불어를 배우는 여동생, 옷가게로부터 삯바느질 일감을 받는 어머니, 그동안 아들이요 오빠인 그레고르 덕분에 편하게 지냈던 이 세 사람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는 없고. 더 작은 집으로 옮겨가야겠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럴 수는 없고, 급기야는 방을 나눠쓰도록 세까지 놓는데, 어느 날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게된 이들은.....  결국 그레고르는....

 

아주 오래 전 학창시절 사전 열심히 찾아가며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이 '벌레' (우리말로 번역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 사실 독일어로도 '전혀 호감을 가질 수 없게 생긴 끔찍한 그 무엇' 그 정도의 의미일 뿐)가 어떤 모습일까 그런 쪽에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고 난 이제는 그런 것보다는 이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상징성에 더 관심이 쏠린다. 사실 일 일 일하는 사회분위기는 이 소설 당시의 독일이나 오늘의 우리나 별 크게 차이날 것도 없지 않은가. 그 끔찍한 '의무이행'으로부터 풀려난 자신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자기들을 위해 그렇게 애써주었던 것을 기억하며 측은지심이라도 보여줄 그 누군가는 있을까? 아니면 기능상실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이 존재가 그저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것 그것만이 다일까? 이 상황에서도. 자신이 다른 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 하나뿐인 주인공, 바로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독자 자신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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