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이솝우화

뚝틀이 2010. 12. 21. 19:38

'고상한' 책들로부터 아이들 책으로 손을 옮겨본다. 

이솝우화를 만난 것은 '아주아주' 어렸을 적.

그 후론, 물론 우리 애들에게 선물하려 몇 번 '들쳐본 적'은 있지만, 다시 '읽은 적'은 없다.

아니, 어쩌면 '책 전체'를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내 어렸을 적 그 책이 이렇게 두꺼웠다면 내 거기에 손댔을 리가 없을 테니.

어쨌든 '집중해서' 읽었다. 모르는 단어 하나하나 사전 열심히 찾아가며.

명색이 우화집 아닌가. 분위기 파악 제대로 하려면 단어 하나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엄청난' 분량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끔찍이' 많이 나와 가끔 지겹기도 하고. 그렇기에, 아이들 용으로는 일부 추려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이 이야기 모두 다 이솝 혼자 지어낸 것이 아니고, 그냥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모은 것이란다.

또 어떤 이론에 의하면, 이솝은 가상의 인물일 뿐이라고도 하고.

이야기의 성격은 명확하다.

옳고 그름의 경계선을 아이들에게, 아니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 줄 것인가 고심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번에 읽다보니 몇 가지 점이 눈에 띈다.

 

여태까지는, 이솝우화는 상징성 그 '몸체'만 들려주고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는가는 각자 알아서 느끼도록하는 그런 것으로 알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다보니 명시적으로 교훈적 결론을 내리는 이야기도 참 많다.

"이렇게 될 줄 미리 생각 못하고 ....하다니, 내가 참 미련했었지" 그런 식으로 말이다. 

이솝의 '어린 주인'이 못 알아들면 비슷한 다른 이야기를 또 들려주고, 그래도 또 못 알아들으면 이렇게 이야기해줄 수밖에 없었겠지.

 

또 새롭게 느낀 점은 그리스 신화의 인물들도 의외로 자주 나온다는 것.

하긴 그리스 노예가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그리스 신화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하지만, 난잡한 다른 '성인용 이야기'들도 많은 그리스 신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니, 엄마가 고르는 '어린이 용' 책에서는...

 

또 하나. 노예이야기가 '참 많이도' 나온다. 정말 노예도 있고, 물론 노새나 말처럼 '노예 신세' 짐승들도 있고.

어쩌면 이솝 자신의 '노예 신분'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많을 수도.

이야기의 방향은 언제나 하나. 먹여주고 돌봐주는 주인의 은혜 가볍게 생각 말고 그냥 행복한 줄이나 알거라 뭐 항상 그런 쪽으로의 결론.

 

책을 읽으면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던 2600여 년 전 그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생각체계' 거기에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게. 

물론, 문체는 어린이용인 것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 내용도 꼭 어린이들만 위한 것은 아니다.  

바보같이 귀가 솔깃해져서 판단력을 잃으면 대개의 경우 '그것으로 끝'이라는 장면묘사의 냉정함, 그것이 어른들 실제 세상이다. 

'만인 평등' 그런 것은 없으니, 삶 속에서의 부조리란 '운명 법칙' 거기에 순응해서 살 것, 쓸그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당나귀? 사냥개? 여우? 늑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내미는 명함, 사실 그 명함이라는 것이 이솝 무대의 배역 이름 아닌가.

감독이자 주인이 걸어준 목줄이요 멍에.

 

이솝우화들의 교훈을 짧게 정리하면,

'먹고 살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다행으로 알아라.'

'뭣인가 잘못될 때 남 탓은 없다. 다 내 탓이오 그렇게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