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겨울 이 추위 계속 또 계속이다. 오늘 밤 내일 새벽엔 얼마까지 내려갈까. 아직 1월초, 언제까지 이러려나. 물끄러미 달력을 쳐다본다. 마음까지 추워서일까, 넓은 창으로 들어오는 저 햇볕조차 시들시들 도대체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잠깐 날 위로하는 척 하다가 금방 사라져버릴 허상처럼. 강요된 칩거엔 문뜩 문뜩 옛 생각도 많이 난다. 오늘은 어느 국회의원 생각.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오면서 차분한 성격에 호감이 갔던 친구. 새로 권좌에 들어선 '그 분'이 세상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려 '하나의 상징'으로 그를 점지하니,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에서 살아온 그가, 말뚝을 박아도 당선된다는 그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말뚝이 되고 곧 이어 매스컴에 화제의 인물로 오르내린다.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찾아 온 그.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 한참 하다가, 중얼거리는 그의 한 마디. "남들은 다 나를 의원님이라고 부르던데..." 옛정 때문에 온 것이 아니라 '달라진' 자기모습'을 보여주러 왔던 그, 그를 '내쫓는' 순간, 다른 한 사람, 막강 실세 그 장관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간다. "반가운 손님 오셨네" 하며 손수 과일 깎아가며 부드러운 분위기 마련에 신경써주던 그. 지금도 '철학'과 '소신'의 대명사 그는 자기 뜻을 펴나가고 있는데, 그 매스컴 '의원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다. 소위 '힘'을 얻게 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윤흥길의 소설 '완장'이 생각난다. 주인공 임종술,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을까.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구별은 아주 간단하다. 착실한 준비과정을 거치며 '자리'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자기성찰이라는 제어 메커니즘의 영향으로 마음속으로부터의 겸손이 떠나지 않는다. '남의 눈'보다 우선하는 '자신의 눈', 그것이 큰 그릇의 속성이다. 하지만, 얼떨결에 어쩌다 그 자리에 앉게 된 '작은 그릇'에게는 '완장'의 의미를 새겨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마음속 교만이 다스려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남, 그것이 작은 그릇의 속성이고. 어디 권력뿐이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얻기가 힘든 법'이라는 생활의 지혜를 옳다고 받아들인다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 어떤 것'을 누리는 사람은 '그 어떤 것'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니라 '행운의 완장'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마음속 나 자신이 지금도 겸손한가, 아니면 벌써 어느 구석에선가 교만함이 싹트고 있는가, 이것을 살펴보는 것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다. 어느 새 벌써 해는 지고 이제 사방에 짙은 어둠이다. 어둠. 져버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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