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쏟아지는 날이 공치는 날이다. 에헤야. 에헤." 언제 적 노래인가. 어제 풀 좀 뽑으려 했는데, 아직 땅이 푹 젖지 않아서인지, 메꽃 뿌리가 톡톡 부러진다. 메꽃. 이 녀석은 꽃이 예쁘지 않으니 다른 꽃들과의 경쟁에서 벌 나비 끌어들이는데 자신이 없으니, 일찌감치 뿌리로 뻗어나가기로 자기 장기를 살린 종. 사람들이나 짐승들이 이 달콤한 뿌리에 반해 파먹으면(하긴 어렸을 적 나도 메뿌리 캐 먹기 좋아했었지) 그 톡톡 부러져나가면서 땅에 떨어진 조각이 하나하나 다시 살아가는 괴력에 가까운 번식력을 자랑하니, 섣불리 손대다가는 완전히 메밭을 만들 가능성.(3년 전엔가 한참 때 맞은 메꽃 정리하다가 그 다음 해 사방 구석구석에서 화려하게 번지는 이 녀석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비오는 날. 여기에 집 짓는 공사 한참이던 5년 그날. 일기예보엔 비가 없었는데, 그날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 발판이 무너지면서 그 위에서 통나무 작업을 하던 3명이.. 그때 급한 마음에 아래쪽에 있던 나는 그 발판 기둥을 어떻게든 받쳐 쓰러지지 않게 하려 애를 쓰고(그 무게를 내가 지탱할 수 없으리란 것은 그때 상상도 못하고 그저 급한 마음에...) 그 위에선 인부들이 소리소리 지르는데, 난 그들이 무서워 그러는 줄 알고(사실은 통나무 떨어지는데 내 서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날보고 비키라는 소리를 질렀던 것이었다는 것은 나중에 듣게 되고) 더 힘주어 그 발판 기둥을 붙잡고 늘어지고, 그러다가 쿵. 지름 30센티미터 길이 3.6미터의 그 통나무가 바로 내 코앞을 스쳐 떨어져 내리고.... (내가 위험한 위치에 서있는 것을 보고 인부들이 마지막 기운까지 써가며 그것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은 놓쳐버린 것. 그것도 모르고 버티던 내가 얼마나 불쌍하게 보였을까. 이것도 운명?) 놀란 내가 기운을 빼자마자 발판구조 전체가 벽에서 떨어져나가며 인부들은 옆에 쌓아놓은 목재더미 위로 쿵.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는 않고. 당연히 작업 중단. 무사고를 기념하러 그 당장 아랫마을 식당으로 내려가 거하게 잔치잔치. 비 쏟아지는 날이 공치는 날. 오늘은 땅이 제법 젖은 것 같아 주례 서러 가기 전 아침 일찍부터 시간을 내어 잡초정리 계속. 바위가 미끌미끌하여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일의 관점에선 비오는 날이 바로 일하는 날. 앞으로도 한 이삼일 정도 더 비가 와줬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이제 '모든' 의무사항으로부터 해방, 자유. 무릎만 빨리 원상태로 돌아와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