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은 다음에야 생각이 난다. 참, 보너스 포인트가 쌓였지. 한 번 봐주실래요? 얼마죠? 117,000원. 주유미터를 보니 역시 117,000원. 이런 우연. 우연이란 것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내 지금 이 학고개 솔밭에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것도 그날 단양에 친구들 모였을 때 우연히 정해진 일이고, 내 이 땅에 태어나 미국이나 스위스 또는 일본 중국에서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역시 우연이고. (예정론? 누구는 그렇게 이야기하겠지만 난....) 골프나 치면서 건강 챙길까 하던 생각을 말끔히 씻어버리게 해준 야생화 사냥 취미가 생기게 된 것도 우연이고, 소설 대신 철학과 역사에 빠지게 된 것도 우연이고... 역사?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엔? 빅뱅이 일어나 온 우주가 가스덩어리일 때 은하수 한 구석에 이 지구라는 알맞게 단단한 땅덩어리가 생기게 된 것도 우연이고,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이 정도라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지도 않고 또 그 회전축이 약간 기운 상태의 자전 공전주기가 너무 길지도 않아 황화수소로 살아가던 생명체 박테리아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이고, 수소 섭취원이었던 H2S가 부족해지자 그 대안으로 H2O에 착안해 광합성이란 신기한 방법으로 대기 중 CO2와 물로부터 증식해가면서 오늘날 우리가 살 수 있는 O2 듬뿍 공기를 만들어준(지금도 화성과 금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CO2) 20억 년 전 그 박테리아들의 융통성도 우연이고, 그렇게 그렇게 흘러오던 지구 그 중에도 서울에 물난리가 났을 때 우리 집 사건으로 한 밤중에 급하게 차를 몰 때 펑크가 났던 것도 우연이고, 그 늦고 늦은 시간에 안사장을 우연히 만나 해결할 수 있었던 것도 우연이고.... 내일 문경과 상주에선 또 무슨 우연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