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비, 비, 비, 우리 경제

뚝틀이 2011. 8. 17. 10:02

어제 밤부터 천둥번개 요란하게 시작한 비가 이제 칠흑 같이 캄캄한 밤하늘을 연출하며 내리고 있다. 지난 며칠 동안 찍었던 야생화 사진 정리. 우리나라 야생화에 재미를 더하는 또 하나의 요소. 라틴명은 어차피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표기법이고, 중국어로도 독일어로도 느낌이 제대로 살아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고, 영어는 아예 이름이 없기가 보통. 깽깽이 쑥부쟁이 노루오줌 소경불알 그 이름들에 정감이 가는 것은 거기에 그냥 재미로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꽃 피는 시절이나 뿌리 모양 등의 관찰기록과 덧붙여진 것이기에..... 직장생활 할 때 못지않게 바빠진 요즘. 오늘 모처럼 집에서 편하게 시간이 나,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을 넘겨본다. 아름다운 꽃. 꽃 하나하나에 담긴 기억 아니 순간추억들이 되살아난다. 금방이라도 차가 다 거덜 날듯 소리 요란한 비포장 도로, 차 돌릴 곳 없는 작은 길에서 아차 했던 순간들. 넘어지며 기어오르던 바위,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리는 땀. 꽃 발견의 순간, 아! 하던 순간의 그 희열. 그 꽃을 담으려 땅에 닿은 코에 흘러들어오는 향기. 어떻게든 멋있게 담아보려 각도 배경 생각하며 시간개념 다 잊고 매달릴 때의 그 안타까움, 또 가끔의 그 성취감, 모니터에 뜬 사진을 볼 때의 그 실망감? 그건 나중 일이고. 고개를 들었들 때 보이는 산의 모습. 오랜만에 경제 쪽에 생각이 미친다. 내 이생에서는 막을 내렸다 생각했고 주식도 펀드도 또 금도 나와는 상관없다 그렇게 살아왔던 부분. 불쌍하게 구겨진 다우와 나스닥 차트, 출렁거리는 금값, 미국이 오늘 망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금을 다 쓸어 담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건 마치 소금 맞은 미꾸라지들이 몸부림치는 것 보는 느낌이다. 분석하고 판단하는 역할은 당연히 전문가들의 소관이겠지만, 지금 이 판국에 들리는 것은 분석이 아니라 중계뿐, 어제 이야기 다르고 오늘 이야기 다르고. 가진 자들 그 분석가들은 오직 ‘희망사항’과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분노. 과거의 예를 볼 때 운운, 지금 뭐 말장난하는 건가. 작금의 사태는 지난 1998년도에 겪었던 우리의 외환 위기나 2008년 미국의 파생상품 파동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다. 티 파티라는 집단의 괴력에 오바마 정부가 당했다는 그런 좌파우파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 차원보다 한 단계 더 위인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 바로 그것이다. 그간 연준이 얼마나 발버둥 쳤나. 채권매입의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버냉키 아무리 돈 풀어놓으려 애썼어도 그 돈 다 금융권의 투기놀이에나 쓰였지 소비자에게는 감감무소식이지 않았던가. 거기에 이제 '미국정부=큰 손'의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은? 또 그 한국 속의 나는? 수출 하나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이제 미국보다 더 위험한 유럽이 우리 시장이 되어줄 것인가, 아니면 중국이 우리를 살려줄까. 그럼, 일본이? 나라 빚이 걱정이다. 정부 발표야 국가채무가 GDP대비 33%라 하는데 그걸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금융성 기금 및 특별회계 부채를 포함하면 GDP 대비 48%, 準정부기관의 부채를 더하면 58%, 공기업의 부채와 對민간보증을 포함하면 130%에 달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달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 금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요즘 몇 시간 사이에도 2~3%씩이나 출렁거리는 저 모습 뒤엔 분명 무엇인가 있다. 지금 우리 매스컴이야 온통 미국이야기뿐이지만, 유로머니 시스템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부동산 버블에 전전긍긍하는 중국도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고, 불쌍한 일본은 선장도 없는 꼴이다. 경제상황에 믿음이 가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 나라 화폐보다 더 확실한 것은 금이라는 생각에 개미들도 중앙은행들도 다 우르르 달려드는 그런 모양, 지금이 바로 그런 형국은 아닐까? 침몰분위기가 팽배할 때마나 나타나는 현상 하나 이젠 그것도 우려된다. 난국을 피하려 국민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는 세력의 발호. 무역전쟁뿐 아니라 이웃과의 국경분쟁. 일본이 독도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삼을 수 있는 일이고, 그보다는 더 본격적으로 조어도 걸고 중국과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일 수도 있는 일. 아니, 그보다 더 현실적으로, 옛날 동독이 허물어지듯 이북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면?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 한국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지난 몇 년간 강바닥 퍼내느라 쏟아 부은 그 돈을 우리 중소기업 탄탄하게 키우는데 또는 기술력 키우는데 썼더라면? 지금 또 연기금이 하는 짓거리는? 무슨 확신이 있어서 손 털고 나가려 몸부림치는 외국인들의 팔자물량을 넙죽넙죽 받아주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느낌에 곧 이익을 볼 것 같아서? 국민들 노후자금을 그런 식으로 다룬다면 천벌 받을 짓이지. 물론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 출렁임에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투기 그 자체의 속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생각에 잠깐 반짝인다면 보유물량을 털어야할 때지 옳다 이때다 하고 달려들 그런 형국은 아니다. 불평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 어느 누구도 정치꾼들도 일반인들도 나라걱정은 뒷전이고 남의 몫이다. 이제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하나는 확실하다. 아무리 우리 무역에서의 미국비중이 낮아졌다 해도 중국 유럽 다 미국에 매여 돌아가는 경제구조니 어쩔 수 없다. 수출은 줄어들 것이고, 재벌회사들도 휘청거릴 것이고, 큰 회사 작은 회사 가릴 것 없이 곳곳에 구조조정 바람 다시 불 것이다. 금 사두기? 요즘 모양을 보면 선물시장 이곳에서도 어쩌면 곧 곡성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부동산? 미친 짓일 뿐이고. 인플레이션 세상에 은행예금 바보짓이라지만, 그래도 손실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로마제국 미제국이 망한다는 것은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 재벌이 흔들리고 경제구조가 바뀐다는 것 역시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뜻. 생각해보라 우리의 재벌구조. 다른 나라에서라면 어디 통할 법이나 한 이야기인가? 카네기니 포드니 하는 이름들이 잊히고 애플이니 구글이니 하는 이름들이 세상을 호령하듯, 삼성이니 현대니 하는 이름들 언젠가는 잊힐 것이다. 그런 것 한 단계 더 아래로 내린다면 개인들의 패러다임 역시 변할 것이다. 소속 직장으로 평가받는 이 사회 분위기도 개개인 그 자체의 가치와 능력에 의해.... 지금은 닦을 때, 나만의 능력을 갈고 닦을 때. 야생화나 좋아하는 주제에 무슨 경제 생각이냐고?  건강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속담이 거짓말인 것을 입증하지 않았나. 바로 이 꽃들이야말로 정신건강 육체건강 가꾸었다는 징표 아니던가. 몇 년 전 내 건강상태와 지금 나의 건강상태. 지난 몇 년 간 포기했던 경제활동, 아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꺼버림으로 입은 손실. 바로 그 손실을 투자하여 건강을 산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하나 더, 사는데 필요한 만킄이면 됐지, 그 이상의 욕심을 위해 버둥거리는 것을 포기한 것이 정말 손실인가? 전혀 '손실' 없이 삶의 활력소. 남의 눈이나 통념적 효용성 따위는 잊어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투자' 아닌가. 몇 십 년 후의 사회상 또 경제모양을 정확히 예측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종사한다는 것, 일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 된다는 것, 그런 것이 느껴지면 그 일이 내 삶에 가치가 있는 바로 그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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