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우울.

뚝틀이 2012. 1. 25. 17:04

한 해의 시작이 이렇게 흐르고 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또 책 계속 읽을 마음도 나지 않아, 유튜브를 뒤적인다. 이렇게 많은 full movie가 있을 줄이야. 40년대 50년대 영화들. 당연히 우선 아는 영화 아는 주인공 그 로맨스 필름들에 빠져든다. 현대판 신데렐라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동화 속 그림에나 어울릴 저택, 보통사람들은 꿈에 그릴 수조차 없는 거부, 지중해 아름다운 해변 호화로운 호텔과 레스토랑을 오가는 그 불행한 ‘왕자’의 눈에 들어오는 청순가련 주인공. 로렌스 올리비에가 게리 쿠퍼가 나오기도 하고 오드리 햅번이 그레이스 켈리가 나오는 이야기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지금은 저세상 사람들이 되어버린 스크린 스타들. 주인공 모습에 곁들여지는 소품들. 조역, 그들은 인격체가 아니다. 소품들이요 소모품이다. 원작에서도 물론 그랬었겠고 감독들도 그렇게 만들었고 관객들에게도 당연히 그저 그렇게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존재들. 한줌 주인공 주위에 있는 그 자체가 존재의 의미인 불쌍한 군상들. 하긴 어디 영화에서 뿐이랴. 그것이 바로 이 세상의 참모습 아니던가. 이어지는 히치코크의 스릴러들. 눈앞 돈의 유혹에 일어나는 호모사이드, 첫걸음이 내딛어졌기에 일어나는 그 다음 살인, 그래서 또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살인 또 살인. 천편일률적인 단색 옷차림, 단색 외투, 검은 세단, 검은 전화기. 관악기들이 내뱉어내는 어두운 음악들. 하나같이 입에 담배를 물고, 어디를 가나 담배연기 자욱하고. 요즘의 거미줄 추리영화와는 달리 히치코크 작품들은 대개가 심리묘사 중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히치코크의 작품이라는 사실 외에는 이들 영화의 대부분 주연들조차 나에게는 무명의 존재라는 것. 영화史에 있어서 히치코크라는 이름 곁에 놓인 소품들? 우울증. 언제나 똑 같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심지어 음악을 들을 때까지도 활동 없이 그냥 신경을 집중할 때마다 엄습하는 우울증. 그냥 서글프다. 한없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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