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

벽체에 대한 생각실험

뚝틀이 2012. 5. 31. 19:56

벽체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벽을 만드는 물체를 말한다.

그렇다면 벽돌은? 벽을 만드는 돌이다.

왜 돌일까. 실제로는 돌이 아니지만 그래도 돌처럼 쌓아올려져 지붕의 무게를 버텨야하는 단단한 물질, 그 단단함의 대명사로서의 돌이다.

사실 조적 집에는 별도의 기둥을 만들 필요가 없다. 벽돌을 쌓아올린 벽이 그 전체로 하나의 돌덩이처럼 지붕을 지탱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집은?

여기에서는 기둥이 있고, 그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구조물로 묶는 도리가 있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한옥구조다.

원래 한옥에는 벽돌을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발을 얼기설기 엮어놓고 여기에 짚을 섞은 진흙을 쳐서 바르는 심벽치기가 보편적 방법이었다.

그런데 왜 요즘 사람들은 이 심벽치기 대신 황토벽돌을 쓸까.

심벽치기는 집중적 수작업을 요구하는 방법이지만, 벽돌 쌓기는 그런 수고 없이 그저 ‘쌓기’라는 단순한 공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짓고 있는 집은?

주문 실수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려는 시도로 내부에서의 벽모양은 목재로 둘러쳐진 구조를 만들었다. 7cm란 적지 않은 두께로.

틈새 보완 둘러치기 작업도 오늘로 끝났고, 이제 남은 일은 그라인딩 작업뿐.

원래 생각했던 황토 벽보다는 이런 은은한 목재구조가 오히려 더 아늑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여기까지는 후회 없다.

 

 

이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본다.

본질적 기능을 보자면 심벽치기란 진흙이 매달려있을 수 있는 구조를 일컬음이다.

흙집 짓기라는 건축방법도 있다. 거푸집을 만들고 거기에 흙을 넣고 단단히 다져 벽을 만들어나가는, 말하자면 ‘돌’로 벽을 만드는 방법이다.

 

내 생각의 출발점은 여기에 있다. 흙이라는 벽 재료와 심벽치기와 거푸집 공법, 이들의 조합 또는 조화.

거푸집으로 치자면 이미 한쪽 벽은 다 만들어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양파주머니에 진흙을 담아, 내벽을 이루는 목재에 촘촘히 매달아놓아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 아닐까?

 

아니, 한 단계 더 나아가,

일단 ‘임시 외벽’을 만들고 이미 있는 내벽과 한 쌍을 이루는 거푸집을 만들고 그 속에 양파주머니에 담긴 진흙을 차곡차곡 다져넣는다면?

사실 그 주머니 하나하나가 흙벽돌에 다름 아닐까?

 

아니 생각을 한 번 더 앞으로 밀어,

내벽 목재 외부 쪽에 주머니를 촘촘히 매달고 그것들을 ‘널빤지’로 평평하게 눌러 ‘주머니 모양’들이 하나의 렌더링을 이루는 벽을 만든다면?

그렇게 하면 단순 벽돌쌓기에서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모양에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지지 않을까?

실험, 일단 실험을 한 번 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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