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가 젖는다. 핑 도는 눈물. 아물거리는 글자. 책장을 덮는다. 흐른다. 펑펑 흐른다. 아예 마음 놓고 울고 싶다. 소리쳐 울고 싶다. Jean Kwok의 Girl in translation, 작가의 자전적 소설. 무슨 사춘기 소녀 이야기이겠거니 넘겨짚고 열어보지도 않았던 책이다. 홍콩소녀, 엄마랑 단 둘이 건너온 브루클린이라는 곳, 이미 정착해있던 언니의 도움으로 이곳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녀를 맞는 것은 철저한 냉대와 냉혈적 착취. 깨져나간 유리창을 비닐로 막고 난방도 되지 않는 집에서의 추운 겨울. 학교, 단어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소녀에 대한 선생님의 냉대. 학교 끝나면 엄마 일하는 곳에 가 일을 도와줘야 하는 그. 아직 초반이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물론 읽어봐야 알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소설은 줄거리가 아니다. 작가의 마음 속 흐름, 그것이 생명이다. 지금 읽고 있는 이 부분은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치는 세상. 1대1 매칭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이입이란 무서운 것. 오버랩 되는 모습들. 여기 이 이야기에서보다 훨씬 더 극한적 가난 속 그 시절, 그 어떤 희망도 존재할 수 없었던 그 어린 시절. 아니 이제 돌이켜 생각해볼 때 그보다 훨씬 더 무서웠던 사실, 세상이라는 것에 대한 무지. 차이라면 하나, 내 그런 것 느낄 계기조차 없었던 반면 주인공에게는 명확한 비교대상 탓에 순간순간 그것이 고통으로 다가왔었다는 사실. 여기 오버랩 되는 또 하나의 다른 트랙 이 책에 더 가까운 또 하나의 모습...... 그래도... 내 지금 이제는 '돌이켜볼 뿐이며' 이런 ‘감정’이라는 사치를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더구나, 오늘 헌당예배를 올리는 교회 그 남을 위한 집이라는 것도 지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그래도 ....
p.s.) 헌당예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간주하고 그곳에 참여하는 대신, 오늘 집에 온 손님 두 팀을 맞고, 이어 책 계속 읽어나가기. 책 중반에 들어서자 초기의 empathy와는 그 모양을 달리하는 감동의 순간들이 다가온다. 더욱 더 진해지는 견딜 수 없는 아주 격한 감동의 순간들.... 이런 책이 왜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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